뻗어 오는 손길이 서늘하다
 돈 냄새를 향해
 예리한 눈빛을 감추고 태연하다
 닮은꼴의 멋쩍은 미소만 교차했으나
 다가오는 동안 너보다 내 숨이 더 먹먹했다

[오후 한 詩] 울란바토르의 소매치기/박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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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과 눈이 지구를 반 바퀴쯤 돌아 마주치는 순간
 너는 그냥 눈매와 살갗이 닮았다고 주장할 것이나
 속마음을 들킨 지갑이 외려 짧은 역사를 펼쳤다


 그래,
 네가 정작 훔치고 싶은 건 지폐가 아니라
 몸속에 흐르는 따뜻한 피였는지 몰라
 긴 시간을 에돌아 맞닥뜨린 한 물길인지 몰라

 순간, 내가 지닌 지폐의 냄새보다
 몸에 묻은 돈 냄새가 더 부끄러웠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너였고
 너는 나였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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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시에 등장하는 소매치기는 참 얼치기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서늘"하다 해도 그 "뻗어 오는 손길"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인은 "멋쩍은 미소"로, 아니 실은 "먹먹"한 마음으로 어쩌면 "속마음을 들킨 지갑"을 그냥 훔쳐 가도록 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연민 때문이었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지닌 지폐의 냄새보다" "몸에 묻은 돈 냄새가 더 부끄러웠다"지 않은가. 이 냄새를 무엇으로 씻어 낼 수 있을까, 아니 씻어 낼 수나 있을까. 참담하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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