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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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대감을 안고 새정부가 출범하였다. 증시와 수출이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지만, 국내 경기는 깊은 불황에 빠진 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문제는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는 현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기대감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낙관적이지 않다. 비교적 현장에서 다양한 경영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그들 가운데 낙관적인 미래를 표명하는 사람들은 아주 드물다. 민간이 주도하는 투자와 고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일반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보통 사람들이 한 사회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출산율이다. 근래에 우리 사회는 저출산이란 장기 추세에 더해서 예상보다 출산율이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40만 명선은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올해 출생아 수는 36만 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사람들의 가장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선택 가운데 하나인 출산율의 예상 밖 하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진보정권은 대체로 정부지출의 증가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비중을 두는 성향이 강하다. 실제로 과거 10여 년 동안의 보수정권들도 경제정책에 관해서는 진보정권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권이 등장하면서 대체로 어떤 정책이 선을 보일 것인가는 어렵지 않다. 공약이 전부 실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기존 공약을 염두에 두면 정부 지출 증가를 통한 경제성장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고용 창출도 공공부문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더 많은 부담을 통해서 공무원 혹은 준공무원의 지출을 지탱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다 공평이나 형평이란 대의를 달성하기 위해 최저 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도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공공부채도 늘어나겠지만 증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법인세와 소득세에 대한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력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게 된다. 예외적인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집권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에 옮긴다. 그러나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실은 경제에 관한 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올바른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논객 바스티아의 <법>이란 책에서는 좋은 경제학자와 나쁜 경제를 명쾌하게 구분하는 명문장이 있다. "나쁜 경제학자는 보이는 효과만 주목하지만 좋은 경제학자는 보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효과에 주목한다." 여기서 경제학자는 정치인이나 언론인이나 시민으로 대체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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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인기라는 것도 지갑에 비례하게 된다. 사람들이 기대한 대로 경제 사정이 호전되지 않으면 등을 돌리는 것이 민심이다. 지갑을 두둑하게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충분히 염두에 둔 정책이다. 한국은 두 가지 점을 조속한 시간 내에 실천에 옮길 수 없다면 일본식 장기불황보다 가혹한 경험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다른 점은 일본은 장기불황은 지탱할 수 있는 자산과 소득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자산이나 소득을 갖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미 공공부채나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나 규모는 우려할 수준이다. 일각에서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이유다. 성역처럼 여겨지는 규제에 손을 댈 수 있는 정책과 사고의 유연성,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탈피하려는 과감한 개혁, 조세와 준조세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노력, 쓸모없는 공적 성격의 지출이나 공공부문 개혁을 통한 재정지출 규모 축소 등과 같은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 한 한국의 경제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다. 역사상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쉬운 길을 선택해서 나라경제를 살린 사례는 거의 없었다. 새정부가 경제는 시장원리대로 풀려는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데, 어떻게 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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