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5% 넘게 기부받으면 초과분에 최고 50%의 증여세를 물리는 것은 대기업들이 공익재단을 계열사 지배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선의로 거액을 기부한 자에게 세금폭탄으로 고통을 주는 것은 부당하며, 입법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주식을 포함해 다양한 기부 방식을 폭넓게 인정하고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이 무너져서 어려운 극빈층을 국가나 사회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 기부를 늘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연말 등 특정 시기에만 일시적으로 성금을 기부할 것이 아니라 고아원, 양로원, 학교, 병원 등에 일상적으로 꾸준히 기부하는 문화를 만들고 유언에 의한 기부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대기업 편중 정책으로 상장회사들이 상당한 이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있는 사람들이 베풀어야 세상이 안전하고 편해진다. 내 자식에게만 상속할 생각하지 말고 시야를 넓혀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부자가 최대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하자. 혹시 편법을 써서 재산을 빼돌리는 것은 아닌지 감시하는 네거티브적 정책이 아니라 먼저 기부를 활성화하고 이를 악용하는 자들을 형사처벌하거나 중과세하도록 포지티브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한편, 신탁제도를 활용해 사망 후 유산이 자식들에게 뿐 아니라 사회에 환원돼 유익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부자들이 사망 후 갑작스런 상속으로 과다한 상속세가 부과돼 건물을 날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가 유산관리인을 맡아서 부자들이 기부도 하고 자식들이 갑자기 거액을 상속받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돕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직한 변호사가 부유층의 유산 관리를 해 보람도 느끼고 기부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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