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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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장학재단에 180억원 상당 주식을 기부한 데 대해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 기부가 아니라 순수한 기부 목적의 주식 증여에 대해서까지 과세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쟁점은 주식 기부자가 그 주식을 발행한 회사의 특수관계인인지 여부였다. 장학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이 내국법인이 발행하는 주식 총수의 5% 이상인 경우 초과부분에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기부자와 내국법인이 특수관계가 아니라면 비과세하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에 대한 선의의 기부를 장려하면서 편법적인 제도의 남용은 견제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의미있는 판결이다.


공익재단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5% 넘게 기부받으면 초과분에 최고 50%의 증여세를 물리는 것은 대기업들이 공익재단을 계열사 지배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선의로 거액을 기부한 자에게 세금폭탄으로 고통을 주는 것은 부당하며, 입법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주식을 포함해 다양한 기부 방식을 폭넓게 인정하고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세금을 감면해 기부를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 등 거액 기부자를 자랑하는 미국은 정부가 인정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소득의 50% 한도 내에서 기부금 전액 소득공제를 해 준다. 영국은 유산의 10%를 기부하면 상속세를 10% 깎아준다. 프랑스는 기부금에 대해 66%(연 소득의 20% 한도) 세액 감면을 받는다. 독일은 2007년부터 기부금의 소득공제 한도를 20%로 올렸다. 일본도 개인 기부금에 대해 소득의 40%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받는다. 선진국에서 기부활동이 왕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기부 소득공제율이 3000만원 이하 15%, 3000만원 초과 25%로 너무 낮다. 또 법인 기부금 전액을 비용 처리할 수 없고 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한도 이상 기부하기가 힘들다.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이 무너져서 어려운 극빈층을 국가나 사회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 기부를 늘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연말 등 특정 시기에만 일시적으로 성금을 기부할 것이 아니라 고아원, 양로원, 학교, 병원 등에 일상적으로 꾸준히 기부하는 문화를 만들고 유언에 의한 기부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대기업 편중 정책으로 상장회사들이 상당한 이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있는 사람들이 베풀어야 세상이 안전하고 편해진다. 내 자식에게만 상속할 생각하지 말고 시야를 넓혀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부자가 최대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하자. 혹시 편법을 써서 재산을 빼돌리는 것은 아닌지 감시하는 네거티브적 정책이 아니라 먼저 기부를 활성화하고 이를 악용하는 자들을 형사처벌하거나 중과세하도록 포지티브 정책을 펼쳐야 한다.


거액의 기부자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지는 못할망정 과다한 상속세를 부과하는 문제로 기부를 망설이게 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부문화가 정립되고 확산돼야 한다. 자기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내놓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의미있는 일이다. 기부로 인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사회적 기여를 인정해 건전한 기부를 장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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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신탁제도를 활용해 사망 후 유산이 자식들에게 뿐 아니라 사회에 환원돼 유익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부자들이 사망 후 갑작스런 상속으로 과다한 상속세가 부과돼 건물을 날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가 유산관리인을 맡아서 부자들이 기부도 하고 자식들이 갑자기 거액을 상속받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돕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직한 변호사가 부유층의 유산 관리를 해 보람도 느끼고 기부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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