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추진 개헌안 통과…"터키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2034년까지 장기집권 초석…분열된 여론 극복 최우선 과제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치러진 개헌안 국민투표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오랜 숙원이었던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함에 따라 터키는 의원내각제를 버리고 '제왕적 대통령제'로 전환하게 된다.
이날 터키 선거관리위원회(YSK)에 따르면 약 98%의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찬성표가 51.3%로 반대표 48.7%를 앞섰다. 에프도안 대통령은 "터키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 정치를 통해 통치제도를 바꾸게 됐다"면서 "이번 국민투표에서의 승리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공식적 투표 결과는 11~12일 정도 후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의 승리 선언에도 불구, 야당을 중심으로 이번 투표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거세다. 찬성률은 당초 터키 정부가 예상했던 찬성률 하한선인 55%를 넘지 못한데다 찬반 격차는 3%포인트도 안된다. 터키 제1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선관위가 개표 직전 날인이 없는 투표용지를 유효표로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 불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쿠르드계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인민민주당(HDP)은 3~4%포인트의 개표 조작이 있었다면서 총 투표의 60%를 재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최대도시 이스탄불을 포함해 수도 앙카라, 이즈미르 등 대도시에서는 반대표가 찬성표를 웃돌았다. 하지만 보수적인 내륙 도시들에서 찬성 몰표가 쏟아졌다. 해외에 거주하는 에르도안 지지자들 역시 개헌 찬성에 힘을 실어줬다.
부정투표 의혹에도 불구하고 투표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적다. 18개 항목으로 구성되는 이번 개헌안의 핵심은 기존 총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다. 터키의 초대 대통령 케말 아타튀르크가 1923년 공화국을 수립한지 약 1세기 만에 의원내각제가 폐지되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헌법에 따른 정부구조 개편은 2019년 11월 대선·총선 이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새 헌법에 따라 총리직은 없어지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부통령직이 신설된다.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대부분을 임명하게 되고 판검사 인사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사법부의 장악력이 커졌다.
대통령은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수 있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는 5년이며 대통령은 1회 중임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조기 대선·총선을 시행하며 재출마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새 헌법에 따라 이론적으로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에르도안은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다. 이번 개헌안이 에르도안 대통령 장기집권의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에르도안은 승리 선언 직후 대통령궁에서 내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고 사형제도 부활 의지도 드러냈다. 국제사회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통치권 강화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럽의회는 "사법부의 독립과 유럽인권보호조약의 준수가 중요하다"면서 "유럽의회는 터키가 의무를 준수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CNN방송은 "터키의 민주주의가 오늘 죽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개헌으로 터키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후퇴하고 분열된 사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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