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의 6.6배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최근 첫 아이를 출산한 주부 윤모(35)씨는 임신 6개월차에 베이비페어에 참가했다가 각종 프리미엄 육아용품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유 먹기에 알맞은 온도를 알 수 있는 특수 젖병부터 한 쪽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실제로 아기를 안고 움직이는 듯한 자동 바운서, 뱃속에서부터 들려주면 태아에게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영어교재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특별한 내 아기를 위한 제품'처럼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씨는 "수십,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인데도 현장에서 바로 고가의 육아용품을 척척 사가는 예비부모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육아용품 시장만은 불황, 가성비 등의 트렌드에서 완전히 비껴있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육아용품 시장 규모는 2009년 1조2000억원에서 2015년 2조4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육아용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까닭은 한 명의 자녀만을 갖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자녀를 위해 아기전용 놀이용품이나 프리미엄 건강 먹거리 등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른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족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산하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정책연구소(KICCE) 육아물가지수 연구'(최윤경, 박진아, 우석진, 배지아)에 따르면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481개 품목 중 영유아 관련 상품 9개와 서비스 3개를 활용해 육아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2015년 9월 기준 육아물가지수는 91.8로 전년동월(88.6)대비 3.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0.55%(109.4→110.0)의 6.6배에 해당한다.
상승폭이 컸던 품목 중 하나는 장난감이었다. 전년동월대비 6.40% 올랐다. 한 명의 자녀를 위해 부모 뿐만 아니라 친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이 지갑을 연다는 의미의 '식스포켓'이란 말까지 생겨나면서 장난감 구매가격은 가파르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밖에 유아학습교재(4.56%), 이유식(3.64%), 종이기저귀(3.26%), 어린이 승용물(3.21%) 등도 가격 상승폭이 컸다. 매년 올려도 자녀를 위해서라면 지갑을 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자녀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유아과자 시장도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국내 유아과자 시장 규모는 345억원(2015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온라인 제외)으로, 2014년 동기 대비 약 18% 성장했다. 특히 아이가 먹는 과자인 만큼 더 좋은 원료와 가공방식을 적용한 제품이 인기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온라인몰에서도 다양한 육아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는 물론 조부모, 삼촌, 이모에 이르기까지 지갑이 열리는 '에잇포켓'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불황에도 육아용품 시장은 더욱 활개를 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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