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민들은 대통령 탄핵 이후 좀 더 공정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전’을 부르짖는 분들과 공존을 도모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펼쳐졌다. 마지막 변론을 마치며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밝혔듯, “대한민국이 수호하고 발전시켜야 할 헌법적 가치”를 제시하여 “지금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 상태”를 조속히 안정시켜 주기를 바랄 뿐이다.
비발디의 <봄>은 A(봄이 왔다)-B(새들이 노래한다)-A(봄이 왔으니)-C(산들바람과 시냇물이 흐른다)-A(봄이 오나 했더니)-D(폭풍우가 몰아친다)-A(그래도 봄이 왔다), 이런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다. 주제(A)가 되풀이 등장하고, 사이사이에 새로운 에피소드(B, C, D)가 삽입되는 이 형식을 ‘리토르넬로(ritornello)’라고 한다. ‘리토르넬로’는 영어로 ‘리턴(return)’, 즉 ‘돌아온다’는 뜻으로, 갈등과 대립을 뚫고 제 자리로 돌아와야 인간 정신이 만족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진화한 형식이다. 따라서 ‘리토르넬로’는 사자성어로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에 담긴 음악의 지혜를 느끼면서 “그래, 천둥 번개가 잠시 몰아쳐도 봄은 결국 올 거야” 마음을 다독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베네치아에서 활약한 비발디(1678~1741)는 별명이 ‘빨강 머리의 신부’로, 미사보다 음악에 미쳐 있었다고 한다. 그보다 7년 아래인 바흐(1685~1750)는 비발디의 협주곡을 무려 17편이나 편곡하며 작곡 연습을 했다고 하니,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면 비발디는 ‘음악의 큰아버지’쯤 될 것이다. 그는 500곡 가까운 협주곡을 비롯, 150곡의 종교음악과 90편의 오페라를 쓴 당대의 거장이었다.
피에타의 소녀들에게는 음악을 연주하러 나가는 시간이야말로 햇살을 보는 해방의 시간이었고, 비발디의 음악이야말로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해 주는 축복 아니었을까. <봄>을 세상에서 제일 먼저 연주한 이 소녀들이 맛보았을 기쁨을 상상하며 지금 이 곳, 광장의 봄을 맞이하면 어떨까.
이채훈 클래식 비평가(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전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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