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의 디스코피아] Pink Floyd - Animals (1977)
독재자의 풍자정신과 기타히어로의 아우라
어떤 밴드든 모든 멤버가 같은 지분을 가질 수는 없다. 특출한 멤버가 주도할 경우 나머지 멤버들이 순순하다면 밴드는 잘 굴러간다.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이 재능과 야망을 겸비했다면 독재는 분열의 씨앗이 된다. 《애니멀즈(Animals)》 즈음의 핑크 플로이드가 그랬다.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Dark Side of The Moon)》(1973)과 《위시 유 워 히어(Wish You Were Here)》(1975)의 대성공 이후 주도권을 쥔 로저 워터스(Roger Waters)는 후속 앨범의 콘셉트를 구축하고 모든 곡 작업과 보컬을 오로지했다. 라이트(Richard Wright)는 한 곡도 싣지 못했고 불만이 컸던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가 ‘독스(Dogs)’의 작곡에 참여했지만 이마저도 겨우 끼어든 느낌이다.
앨범 콘셉트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동물 농장》에서 영감을 받았다. ‘동물들’이라는 앨범 제목이나 ‘독스(Dogs)’, ‘피그스(Pigs)’, ‘쉽(Sheep)’이라는 노래 제목들에서 쉽게 유추되는 사실이지만 주제의식은 소설과 다르다. 오웰이 돼지계급의 탐욕과 스탈린주의를 우려했다면 워터스는 1970년대의 영국 사회와 자본주의를 풍자했다.
주제의식이 무거운 만큼 노래도 가볍게 듣기 어렵다. 다섯 곡뿐인 앨범 중 첫 곡과 마지막 곡은 1분을 조금 넘고 나머지는 10분이 넘는 대곡이다. 싱글로 인기를 누린 곡도 없다. 메인 메뉴는 역시 가운데 세 곡인데, 멜로디보다는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노래 속에서 개들은 비즈니스맨, 돼지는 정치가, 양들은 일반대중을 상징하며 난해한 가사는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계급에 대한 풍자다. 개들의 위선과 돼지들의 탐욕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양들의 무지하고 순종적인 태도를 언급한다.
콘셉트를 떠올리며 심각하게 앨범을 감상해도 좋지만 길모어의 연주만 즐겨도 충분하다. 《애니멀즈》는 워터스의 독주 속에 만들어졌지만 역설적으로 길모어 덕에 완성되었다. 전반적으로 단순하고 긴장감 넘치는 베이스 라인과 드럼 그리고 얌전한 키보드 덕에 기타는 선명해진다. 서늘하고도 웅장한 길모어의 기타는 절이 바뀔 때마다 노래 사이를 쪼개 들어가며 곡의 구성을 극적으로 만든다. 이전보다 훨씬 블루지하고 록적인 연주 중에도 토크박스로 돼지의 울음소리를 구현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곁들인다. 귀에 꽂히는 멜로디나 싱글곡이 없이도 앨범이 높은 차트를 기록하며 순항한 데에는 길모어의 아우라가 한몫했을 것이다.
앨범은 가장 소소하고 이질적인 두 곡을 통해 안정감 있게 마무리된다. 같은 멜로디의 쌍둥이 포크송 ‘피그스 온 더 윙 파트1(Pigs on the Wing, Pt.1)’과 ‘파트2’는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에서 상응하며 보금자리에 대한 바람을 담는다. 그 안에서 앨범의 이야기는 엇갈림으로(“We would zig-zag our way”) 시작하지만 결국 서로에 대한 보살핌으로(“I know that you care for me, So I don't feel alone”) 끝난다. 하지만 정작 워터스는 동료들의 창작열을 살피지 않았고 그런 독주가 이후 법정싸움까지 가는 원인이 되었으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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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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