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랑 먹는 점심 '근로시간일까 아닐까'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월급에도 포함 안 돼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점심시간마다 상사 또는 동료들이랑 점심 먹는 게 너무 스트레스예요. 점심시간만큼은 좀 쉬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네요."
직장인 김모(28)씨는 일할 때 받는 스트레스보다 점심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김씨는 "법에도 점심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돼 있는데 왜 내 마음대로 못 쓰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54조 1항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수많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두고 '업무시간의 연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상사가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직장인 이지현(30)씨는 "밥 먹으면서 하는 얘기가 대부분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고 어쩔 때는 상사가 밥 먹는 도중에 생각난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어서 되도록 같이 먹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허모(29)씨는 "점심 식사 후 상사가 은행에 볼 일이 있었는데 본인에게 급한 일이 생겼다며 내게 도장과 통장을 주고 심부름을 시킨 적도 있다"고 얘기했다.
상사와의 점심 때문에 선약을 취소하는 경우는 흔하다. 먹고 싶은 메뉴를 제대로 못 고르는 건 기본이고, 상사가 밥을 먼저 다 먹고 일어나려고 하면 배를 제대로 채우지도 못한 채 따라 일어나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 모든 게 직장인들에겐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허씨는 "이럴 거면 점심시간도 업무시간에 포함해 월급을 올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점심을 같이 먹는 건 결국 상사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인사평가에 상사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김모(33)씨는 "팀 내에서 같이 점심을 안 먹는 A가 있었는데 과장이 언젠가 'A가 나 싫어하냐'고 묻더니 그 뒤로 둘의 의견충돌이 잦았다"며 "A의 인사평가가 제대로 나올 리 없지 않나"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대로 직장생활을 30년째 하고 있는 정모(56)씨는 "점심을 같이 안 먹는다고 하는 직원들이 보기 좋지는 않다"며 "같이 참여하는 게 사회생활이고 조직 구성원으로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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