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영리하다. 얼마 전, 닭이 포유류나 영장류와 비슷한 사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제 학술지 '동물인지(Animal Cognition)'에 실렸다. 속이는 능력이 탁월해 수탉은 암탉을 유인할 먹이가 없는데도 먹이를 찾은 것처럼 소리를 낸다. 간단한 연산을 할 수 있고, 서열 등 자기인지 능력도 있다. 두려움, 기대,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은 물론 구애와 위험 신호를 울음소리로 주고 받는다. 멍청한 사람을 '닭대가리'에 비유해서는 안될 말이다.
닭은 십이지 동물 중 '부지런함'의 대명사다. '꼬끼오'라는 닭 울음은 새로운 하루를 알린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세상을 깨운다. 닭의 볏은 우아하다. 닭의 걷는 자태는 품위가 넘친다. 조선시대 양반의 모습과 닮았다. 닭의 볏은 관을 쓴 모습을 떠올린다. '벼슬'과 발음도 비슷하다. 입신양명에 비유되는 이유다.
알을 쉼없이 낳는 암탉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다. 그 뒤에는 수탉의 정욕이 있다. 그래서 수탉은 욕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마르크 샤갈은 유화 '수탉(Le Coq)'에서 이를 잘 표현했다.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한 여러 화가들이 작품에서 닭을 그렸다.
성경에서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했다가 수탉의 울음을 통해 죄를 깨닫는다.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연다. 죄와 죽음으로부터 구원과 생명을 얻는다. 부활을 의미한다. 초대교회 신자들의 묘석에 수탉 그림을 새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럽 교회의 종탑 꼭대기에 놓여진 풍향계도 수탉 모양이다. 먼저 깨어나 그리스도의 빛을 알리는 '성 베드로 수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올해는 닭띠 해다. 오행사상에서 붉은 색을 의미하는 정(丁)과 닭을 뜻하는 유(酉)가 만나는 정유년(丁酉年), 즉 '붉은 닭'의 해가 됐다. '붉다'는 '밝다', '총명하다'와 통한다. 다시 말해 '총명한 닭'의 해다. 그 닭들이 산 채로 땅에 묻히고 있다. 매일 수만 마리씩. 벌써 3000만 마리가 넘었다. 조류 인플루엔자(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선택한 인간의 방식이다.
인간은 닭의 허벅지살과 가슴살을 먹기 위해, 달걀을 얻기 위해 몸을 한 바퀴 돌릴 수도 없는 좁은 철조망에 닭을 집어넣고 키운다. 섰다 앉아다만 할 수 있는 닭장 안에서 밤낮 없이 모이를 쪼아대며 길러진다. 전염병이 돌면 살아있는 채 땅 속에 묻는다.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붉은 닭'의 해는 핏빛이다. 인류의 욕심은 수탉의 그것과 비교되지도 않는다.
조영주 정치부 차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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