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의 꿈 '마법의 성'을 쌓다
해고ㆍ투자실패 등 시련 딛고 벽돌집 모형 조립품 만드는 윤승우 도무스타운 대표
도자기 빚는 흙 재료로 미니벽돌 구워내
"지적장애아동 위한 제품도 개발할 것"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요즘같이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세상에서 작은 벽돌 하나하나를 시간과 정성을 들여 붙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나와 가족들이 지내고 싶은 보금자리를 상상하며 만든 작은 집. 오밀조밀한 그 공간에 희망이 가득 담겨 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됩니다."
대기업에서 다니다 정리해고 후 잇따른 투자실패와 생활고로 희망을 잃은 윤승우 도무스타운 대표(48)의 고백이다. 2013년 12월 설립된 '도무스타운(domustown)'은 벽돌집 모형 조립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라틴어 도무스(Domus)는 로마의 귀족들이 살던 집을 뜻하는데 그런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윤 대표의 창업도전기는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 '스토리펀딩'에도 소개돼 많은 후원을 이끌어냈다.
윤 대표는 6일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사무실에서 가진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회사 경영 악화로 2012년 1월 갑작스레 해고를 당했다"면서 "8개월 만에 퇴직금 전부를 투자로 날린 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해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낮에는 보험외판, 밤에는 대리운전기사로 일하며 좌절의 시기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서울 태생으로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나온 그는 1996년 교원그룹에 입사해 17년간 재직했다. 윤 대표는 "퇴사 직후엔 가족과 보름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다시 한국에 돌아온 뒤 퇴직금 전부를 투자운용사와 친구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나눠 투자했다"고 말했다.
퇴직금은 투자종목 상장폐지와 음식점 폐업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윤 대표는 "그해 가을 무렵 집안엔 현금 2만8000원이 전부였고, 남아있는 아파트 대출금과 신용대출금, 카드대금 상환은커녕 당장의 생활비 걱정으로 뭐든 해야만 했다"면서 "그래서 무작정 시작한 게 대리운전과 보험외판이었고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가 프리워크아웃 절차를 밟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답답한 마음에 방 정리를 하던 그는 장롱에서 박스 하나를 발견했다. 그가 2006년 스페인 여행 때 현지에서 산 세라믹 조립제품이었는데 열지 않은 채로 오래 방치돼 있었다. 그는 큰 딸과 3~4시간가량 마주앉아 묵묵히 벽돌을 쌓으며 이따금 이런저런 말들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윤 대표는 "조립을 하다 보니 상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평온해졌다"면서 "이 제품을 한국에서 판매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경비를 모아 스페인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한 시간 거리의 작은 동내에 있는 본사를 찾아 제품을 수입하게 해달라고 적극 요청했으나 거절되자 국내에서 직접 만드는 것으로 목표를 바꿨다. 도예가인 이영배 교수의 도움을 얻어 준비 1년여 만인 2014년 8월 첫 제품 '농가시리즈 A'를 세상에 내놨다. 초기 제작비용은 어머니의 도움을 얻었다. 주변에서 제조업은 1년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그를 만류했지만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도전을 감행한 결과였다.
5㎜×12㎜(가로 세로) 크기의 작은 벽돌은 도자기를 만드는 흙을 재료로 성형해 경기도 이천의 1200도 가마에서 20시간 이상 구워 만든다. 흙이 지닌 성질에 따라 하양, 검정, 분홍, 자주, 빨강 등 다채로운 빛깔을 내는 데, 본채와 모서리, 지붕에 각각 어울리는 색감으로 꾸밀 수 있게 했다. 도안을 따라 접은 종이 입체모형에 수용성 목공풀로 벽돌을 붙이면 제품이 완성된다. 모형을 물에 담가만 놔도 해체할 수 있어 벽돌을 말려 재사용이 가능하다. 벽돌은 지난해 2월 받은 한국세라믹기술원 중금속시험분석에서 안전 판정을 받았다.
상품은 풍차, 농가시리즈 A와 더블, 동화시리즈 '라푼젤의 탑'과 '아기돼지 벽돌집', 상가시리즈 '커피숍', 영주의 성 등 30여종. 이중 34㎝×34㎝×48㎝(가로 세로 높이) 크기의 영주의 성은 사용되는 벽돌 수만 5000개에 코르크(마당), 아크릴(조경나무), 라텍스(덤불) 등이 어우러진 프리미엄 제품이다. 윤 대표는 길가다 마주치는 예쁜 집들과 여행잡지 속 해외 주택을 디자인에 반영했다고 한다. 그는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은 흙으로 두꺼비집을 만든 경험이 있을 것"이라면서 "미니 벽돌집은 기술이나 기교도 필요 없고 손으로 조금씩 천천히 쌓아 올리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주 고객층은 의사나 연구원 등 전문직과 20대 여성층,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는 초등학교, 대형병원 소아병동이다. 2015년 3월 천주교 서울 대교구청의 의뢰로 지금은 사라진 '평양 관후리주교좌성당'의 1900년경 외관모형을 완성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윤 대표는 "올해는 '마법사의 성' 등 시리즈물을 다양화하고 펀딩 후원금으로 지적장애아동을 위한 제품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저처럼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창업 지원에도 정부나 기관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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