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후 청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한진해운 이 실낱같은 회생 가능성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투기판'으로 전락했다.
6년전만 해도 4만원을 코앞에 뒀던 주식이 '동전주' 신세로 곤두박질 친 것은 굴욕이지만, 주식 대박을 꿈꾸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동전주 한진해운의 의미는 어쩌면 제비가 물어다주는 행운의 박씨, 그 이상의 존재다.
상장폐지를 앞두고 정리매매가 진행 중인 코스닥 한계기업에도 '회생'이라는 실낱같은 가능성을 안고 투기판에 뛰어드는 세력들이 난무하는 판에 한진해운은 한때 국가기간산업이었던 해운업의 중심에 있었고, 아직 법원의 청산 여부 결정이 나기 전이어서 '한탕'을 노린 투자자들이 가지고 놀기 딱 좋은 종목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 여부를 막연한 기대감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실고 있다. 기업회생절차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달 '한진해운은 청산하는 게 기업을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문제는 이성을 잃은 투자자들로 인해 투기판이 된 현재의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데 있다. 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경고종목 지정 후에도 추가 급등 중이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투자경고종목 지정 이후 주가가 2일간 40% 이상 급등해야 일시적으로 거래가 정지된다.
한진해운 사태가 바닷길에서 물류대란을 일으킨 것처럼 주식시장에서는 투기대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한데, 이에 대한 대처는 이미 주가가 '꼭지'에 물린 후 나오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될까 우려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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