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대통령 탄핵사태를 부른 국정농단 파문의 핵심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의 공소사실 중 대부분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의 공모범죄 혐의와 관련해 "공모한 사실이 없다. 전제가 되는 공모가 없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 소유 회사 더블루K가 실제 수행 능력도 없이 K스포츠재단에 용역을 제안한 사기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행위가 미수에 그쳤으므로 민사의 영역에 불과하다"며 부인했다.
최씨는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게 맞느냐'고 직접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의 핵심 증거인 태블릿PC와 관련해 "(태블릿PC는) 최씨의 양형에 대해 결정적 증거가 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도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최씨가 매일 조사를 받았으나 실물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증거물(태블릿PC)에 대해 철저히 증거로서 검증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은 문제의 태블릿PC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혐의와 관련해 증거신청했다. 검찰은 이를 전제로 최씨 측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 측의 의견서 등을 바탕으로 증거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대기업들로부터 강제모금하고 청와대의 주요 기밀문건을 유출받아 국정에 개입ㆍ농단하거나 여기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과 함께 구속기소됐다.
최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숙인채 재판장과 검찰, 변호인의 공방을 가만히 듣거나 이 변호사의 메모를 들여다보며 대체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최씨는 재판 말미에 재판장이 발언 기회를 주자 "앞으로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한 뒤 재판부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10분께 시작됐다. 최씨는 재판장의 유도에 따라 수감번호 '628'이 찍힌 수의를 입고 까만색 뿔테 안경을 쓴 채로 법정에 들어섰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려고 말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고 정 전 비서관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29일에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날은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의 공판준비기일도 함께 열린다.
곧이어 열린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차씨 측은 공소사실 중 일부인 횡령 혐의만을 인정했고 송 전 원장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최씨를 등에 업고 포스코 계열의 광고업체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