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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푸른 하늘을/김수영

최종수정 2016.12.09 08:32 기사입력 2016.12.0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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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 다들 잘 아는 시다. 그래서 시에 대한 이야기는 적지 않겠다. 나는 다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근래 토요일마다 열리는 저 광장을 향해 '축제' 같다는 말을 쓰곤 한다. 정말 그렇기도 하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누구나 열정으로 가득해 보이고 한편으론 즐거워 보이기까지 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광장이 열렸으니,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던 민주주의의 현장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긴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이 광장이 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가. 그리고 이 광장에 사람들이 모이기까지 또한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과 절망 속에서 죽은 채 살아왔던가. 누군가는 구속되었고 누군가는 자살하였고 누군가는 이 나라를 떠났고 누군가는 가슴속에다 자식과 부모를 묻었다. 눈을 뜨고 맞바라보라. 아직 저 바닷속에는 생매장된 채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이 있고, 저 길 어딘가에는 물대포에 맞아 죽은 한 농부의 한 맺힌 숨결이 서성이고 있지 않은가. "어째서 자유에는/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 죽은 자들을 위해 기도하지 말고 이제는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대신해 살아야 할 것이다. 혁명은 언젠가 이루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가 살아내야 할 삶 자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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