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가와 민족은 자기중심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국익을 추구한다. 국익이 충돌할 때 서로 다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도록 국제법도 있고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도 있지만, 힘이 강한 국가가 이익 실현에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모든 국제문제를 언제나 자기 뜻대로만 다룰 수는 없다. 그래서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외교가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외교협상에서는 그때그때 성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큰 외교 목표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외교 목표는 달성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경우에는 양보를 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적 발상이 필요하다. 만일 자기가 맡은 일만이 중요하다는 식의 관료적 접근방식이나 또는 정치적 고려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국익보다는 눈앞의 실적 중심으로만 대처한다면 다른 국가들에게 외교파트너로서의 신뢰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은 중장기로 나타나므로 정부나 국민들이 그때그때 문제를 의식하기도 어렵다. 또한 모든 외교협상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돼야 한다는 기대가 만연하면 실제로는 그렇지 못할 때가 있게 마련이니까 정부는 성과를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홍보에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으로 국익 실현을 저해해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 마치 일기예보를 할 때, 좋은 날씨가 예보됐는데 기상이 나쁘면 예보자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반대의 경우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예보자로서는 날씨가 나쁠 것 같다고 예보하는 것이 안전한 것과 같다. '마음에 드는' 일기예보보다 '정확한' 예보가 우리 모두의 공익에 부합한다. 마찬가지로, 이제는 번번이 우리 입장을 관철시키는 외교보다는 장기의 국익 실현에 도움이 되는 외교성과를 평가하는 성숙함이 필요한 때가 됐다. 그것이 민주사회에서 국민을 위하는 외교라고 본다. 유엔대사로서 지난 6개월간 유엔외교의 중요한 이슈들을 정리해 볼 수 있었던 데 대해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오준 전 유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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