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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개발 '구룡마을' 땅 경매로…한보그룹의 그림자

최종수정 2016.12.02 08:52 기사입력 2016.12.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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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한 한보그룹 일가 소유…NPL 투자자 경매신청
권리관계 정리해 투자수익…개발에는 지장 없을 듯

공영개발 '구룡마을' 땅 경매로…한보그룹의 그림자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2700여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공영개발이 추진 중인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2314㎡(700여평)의 땅이 경매로 나왔다. 1990년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처남이자 세양선박 회장까지 올랐던 이도상 씨 소유의 이 땅은 한보그룹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부실채권(NPL)이 돼 28년여 만에 경매로 넘겨졌다.

2일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119 일대 2314㎡ 땅(2015-14588)에 대한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다. 채무자는 한보철강공업이며 소유자는 이 씨다. 경매 신청자는 태풍투자로 지난해 9월 처음 경매를 신청했지만, 1년여 동안 경매 절차가 중단됐다. 태풍투자가 지난달 17일 법원에 경매절차속행신청서를 제출해 조만간 매각 기일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 땅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씨가 1988년부터 소유하고 있다. 한보그룹에서 중책을 맡았던 이 씨는 이 땅을 담보로 서울신탁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했고, 돈을 갚지 못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갔다. 이 NPL을 제일호더블류홀딩스대부주식회사가 지난해 8월 매입했고, 이를 다시 태풍투자로 넘겼다. 현재 태풍투자의 채권최고액은 200억원이다.

공교롭게도 태풍투자가 경매절차속행신청서를 제출한 17일은 서울시가 26만6340㎡ 규모의 구룡마을 개발계획(안)을 제20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수정·가결한 날이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각종 공공사업으로 생활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이 집단 거주하며 형성된 판자촌으로, 개발방식을 두고 15년 동안 논란을 지속해왔다. 서울 강남에 위치해 개발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까지 가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구룡마을 개발계획안

구룡마을 개발계획안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개발을 시작한 구룡마을 한복판 땅이 경매로 나오자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우선 과거 환지방식으로 구룡마을 개발이 추진된 것을 보고 싸게 NPL을 사들여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려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환지방식은 땅 소유주가 개발을 허락하는 대신, 향후 그 가치만큼의 땅으로 되돌려 받는 것으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공영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만큼 토지수용을 통해 투자차익을 노린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현 상태에서 보상 절차가 진행될 경우 소유주인 이 씨에게 보상금이 돌아가는데, 선순위 채권이 많아 태풍투자는 얼마를 배당받을지 알 수가 없다"면서 "경매를 통해 감정가보다 싸게 낙찰을 받아 채권을 정리한 이후 토지 보상으로 투자 수익을 얻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법원이 진행한 이 땅의 감정가는 31억원 정도다. 태풍투자는 30년 가까이 떠돌던 이 NPL을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입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선순위 채권이 많은 점도 경매 속행 신청의 원인일 수 있다. 실제 이 씨는 2011년 서울시 지방세고액체납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주민세 등 총 14건의 지방세를 체납한 총액이 9100만원에 달했다.

다만 이 땅이 경매를 통해 주인이 바뀐다 해도 구룡마을의 전체 개발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법원 감정평가 등 아직 절차들이 많이 남아 있어 매각기일이 언제 잡힐지도 가늠하기 힘들다. 또 이미 공영개발 방식이 확정된 데다 서울시와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조만간 사업을 고시하면, 그 날을 기준으로 보상가격이 정해지고 구룡마을 전체를 수용하게 된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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