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GS그룹 회장 1순위 물망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30년간 한 우물을 판 기름쟁이'.
허 회장은 고(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5남 중 3남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형이고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동생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과(석사)를 졸업하고 1986년 호남정유(GS칼텍스 전신) 재무부서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정유 영업, 생산, 석유화학, 경영지원본부 등 생산과 영업 현장은 물론 재무까지 두루 거쳤다. 1990년대 말 LG전자 중국지역본부에서 잠시 근무한 것을 빼고 30년간 GS칼텍스에서 한 우물만 판 정유ㆍ석유화학 전문가다. 정유업계에서 "정유산업에 대한 통합적 이해도 기준에서 허 회장을 능가할 만한 전문가를 국내에선 찾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다만 허동수 회장이 40년 동안 정유업계에 몸담으면서 업계의 최고 전문가라는 평을 받았기 때문에 허 회장은 오랫동안 정유분야에서 일했지만 줄곧 사촌 형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회장에 오르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허 회장은 최근 2~3년간 국제유가 변동 폭이 확대되는 등 외부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혁신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 2014년 창사 이래 최대 영업손실(4563억원)을 기록하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윤활유사업본부를 1개 본부로 통합하고 경영지원본부를 폐지했다. 전국 400여개의 직영 주유소 가운데 100개를 팔거나 다른 용도로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이끌어냈다. GS칼텍스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조409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8.5% 늘었다. GS칼텍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2011년 사상 최대 이익(2조2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S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올해 최대 경영 실적을 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허진수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좀 더 적극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정유 고도화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섬유, 바이오부탄올 등 미래 성장동력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2014년 1월 여수 앞바다에서 기름유출 사고(우이산호)가 발생했을 때 뒤늦게 사과해 구설에 오른 점이 흠이라면 흠이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대표이사 직속의 최고안전책임자(CSO) 자리를 새로 만들었고 안전 진단센터를 보강하는 등 안전 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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