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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박종복 SC제일은행장 "은행 '덩치싸움'은 끝났다…SC 글로벌 네트워크에 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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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퍼스트(First) 향해 뛰는 SC제일銀…'글로벌+로컬' 하이브리드 장점
-'글로벌 기업금융' 분야 No1 목표…한전-UAE '60조 프로젝트' 성공적 재무자문
-'바젤Ⅲ+핀테크'…내년은 新도전의 시기

박종복 SC제일은행장(사진 : 백소아 기자)

박종복 SC제일은행장(사진 :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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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의철 금융부장, 정리=손선희 기자] "은행의 먹거리는 이제 국내를 넘어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시장에서 찾아야 합니다. SC제일은행은 글로벌 역량과 로컬(local) 은행으로서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 유일한 은행입니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hybrid)' 특성 덕분에 SC제일은행은 향후 국내 은행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이달 초 박종복 행장을 만났다. 박 행장은 "SC제일은행이 갖고 있는 경쟁력 중의 하나는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이 보유한 전 세계 70개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글로벌 기업금융 분야에서 국내 은행과는 차원이 다른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 행장은 40년 가까이 은행에서 근무한 정통 '뱅커'다. 하지만 은행원의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호기심 넘치고 도전을 즐긴다. 치밀하고 전략적이지만 '일단 한번 해보자'는 식의 추진력도 있다. 은행권의 미래를 묻는 질문엔 "10년 후엔 한두개 은행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2년 남짓 이지만 이미 SC제일은행의 분위기 변화는 감지된다. 행원들의 눈빛에서도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읽힌다.

SC그룹은 최근 한국전력이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로 향후 60년 간 총 54조원(494억달러) 규모의 매출이 기대되는 원전사업 운영계약을 따내는 과정에서 단독 재무자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잭팟'이라지만 실제로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총 8년에 걸친 긴 작업 끝에 이룬 성과다. SC그룹은 UAE를 포함한 중동 지역에 약 160명의 현지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을 뒀다. 아울러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법인을 둔 만큼 국내와 해외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박 행장은 "국내 금융사가 아직 역량을 갖추지 못한 분야에서 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대표적 사례"라며 "외국계 은행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런 활동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평가받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아울러 "향후에도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기회가 있다면 국내 기업과 함께 진출하고 싶다"며 "이를 통해 일부 대기업에만 의존해 굴러가는 국내 경제구조가 다변화되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SC제일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재무자문을 마친 데 이어 수출입은행 등 5개 금융사로 구성된 대주단에 포함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도 참여한다. 대주단은 해당 사업에 총 3조5000억원(31억달러)의 금융을 지원할 예정이다.

1987년 지어진 SC제일은행 현 본점은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해 있다. 과거 조선시대 사법기관인 의금부가 자리 잡았던 터다. 중간층에 있는 박 행장의 집무실에서는 창밖으로 남산타워가 마주 보이고, 아래로는 보신각을 비롯해 종각역 사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지리적 입지가 좋아 1998년 이헌재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이 입주에 눈독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약 30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킨 본점과는 달리 은행은 그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뤘던 1970~1990년대 이른바 '조ㆍ상ㆍ제ㆍ한ㆍ서(조흥ㆍ상업ㆍ제일ㆍ한일ㆍ서울 은행을 설립 순서대로 앞 글자를 따 부르는 별칭)'로 이름을 날렸던 제일은행은 한때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법인세를 낼 정도로 부흥기를 누렸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파고를 넘지 못하고 2000년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에 넘어갔다. 곧이어 5년 뒤인 2005년 영국계 SC그룹에 재인수됐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사진 : 백소아 기자)

박종복 SC제일은행장(사진 :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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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당시 제일은행에 입행해 올해로 '37년차 뱅커'인 박 행장은 은행의 역사를 지켜본 산 증인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제일은행이 외국계 금융그룹에 인수된 뒤 부침을 겪으면서 대형 은행들과의 국내 소매금융 경쟁에 다소 밀린 것이 현실이다. 박 행장은 "몇 년 전 중금리 신용대출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다 높은 연체율과 일부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현재는 디리스킹(de-risking)을 끝냈지만 소매금융 현지화를 이루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박 행장은 "예대마진에만 의존한 소매금융은 우리뿐 아니라 모든 은행이 당면한 문제"라며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금융환경이 질적으로 바뀌고 있어 자산 규모로 벌이는 '덩치 싸움'은 단연코 의미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순이자마진(NIM)과 수수료(fee)에만 의존하던 수익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규모는 적더라도 내실 있는 차별화로 성장시키기만 한다면 소매금융에서 전화위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박 행장은 SC제일은행의 첫 내국인 출신 행장이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행장을 맡았지만 오랜 경력을 쌓아온 만큼 원인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늘 직원들에게도 강조하지만 '은행의 펀더멘털을 개선해야지, 1회성 주사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라고 강조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말 명예퇴직을 통해 1000명에 가까운 고참 직원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박 행장은 "이른바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었다"며 "조직이 젊어졌고 그런 점에서 분위기 변화도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박 행장에게 다가오는 내년은 새로운 도전의 시기다. 그는 "금융 산업은 바젤3로 대표되는 새로운 규제강화 정책과 함께 급속도로 디지털화(化)되는 등 여러 외부 환경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모두 핀테크에 투자하고 비대면 채널을 도입했다지만 결국 여기서도 승자와 패자는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행장은 "지금은 비슷 비슷해 보여도 향후 3~5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어떤 식이든 많은 부분이 변할 테고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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