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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온 쪽방촌의 겨울…"마음이 더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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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온 쪽방촌의 겨울…"마음이 더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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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주인 아저씨가 좋아야 전기장판이라도 쓰지 아님 꿈도 못 꿔. 아무리 추워져도 찬물에 세수하고 차가운 방바닥에서 자는 게 쪽방 사람들 일상이야."

추위가 예상보다 빨리 닥치면서 주거환경이 열악한 쪽방촌에도 비상이 걸렸다. 예부터 '첫추위에 떨면 겨울 내내 추위를 탄다'라는 말이 있지만 냉골방이 익숙한 이들에겐 사실상 공염불에 불과하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이 영하권 기온으로 떨어지면서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가을철 영하권 날씨는 한겨울 영하 10도의 강추위에 버금갈 정도로 체감 추위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자동 쪽방에 사는 정모(65)씨는 며칠 전부터 닥친 강추위에 밤마다 잠을 들기 힘들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정씨는 "3년 전 뇌경색을 앓은 이후 겨울이면 온몸이 저리는 증상이 더 심해진다"며 "되는 일도 없고 날도 추우니 술과 전기장판에 의존해 하루하루 버틴다"고 말했다.

쪽방 건물에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의 경우 집주인 눈치 때문에 난방기구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월세 20만원짜리 쪽방에 산다는 이모(65)씨는 "주인 아저씨가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해 전기장판은 꿈도 못 꾸고 있다"며 "밤에는 옷을 있는 대로 꺼내 입고 여름 이불까지 꺼내 몸을 휘감은 채 잔다"고 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정부가 도입한 '에너지바우처'와 같은 빈곤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 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1인 가구는 월 2~3만원 꼴에 불과해 지방자치단체나 후원단체의 도움 없이는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기준 3587명의 쪽방주민이 살고 있는 서울의 경우 난방비 지원은 전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금 지원은 사용처 파악이 힘들고 방값 상승의 우려가 있다"며 "집수리나 난방기구 등 현물지원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운영하거나 난방기구가 갖춰진 쪽방에 사는 주민들은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앞으로 더욱 추워질 날씨 걱정은 마찬가지다. 60대 A씨는 "낮에는 추워도 밤에는 난방이 들어와 조금 낫다"면서도 "여기 주변엔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했다. 박모(70)씨 역시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추운 건 당연하다"며 "날이 추운 것보다 마음이 추운 게 더 괴롭다"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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