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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혼란기에 찾아온 바그너의 대작 '로엔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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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무대로 배경 옮겨…국립오페라단 내달 16일, 18일, 20일 공연

로엔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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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바그너의 오페라 중에서도 '로엔그린'은 가장 규모가 큰 대작이다. 미지의 세계에서 온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의 이야기로, 우리에게는 3막에 등장하는 '결혼행진곡'으로 유명하다. 국립오페라단은 내달 '로엔그린'을 독일어 원어로 선보인다. 1976년에 번안 오페라로 국내 초연했으나, 원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학민 예술감독은 "바그너의 '로엔그린'은 110인에 이르는 오케스트라, 90명 규모의 합창단이 합류하는 엄청난 규모의 작품"이며 "'니벨룽의 반지'보다 더욱 도전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40년 만에 국내 프로덕션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통받는 한 여인, 엘자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성배의 기사가 바로 '로엔그린'이다. 하지만 로엔그린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이름을 묻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질문을 하고, 로엔그린은 결국 엘자를 떠난다.

연출은 2008년 국립오페라단 '살로메' 연출로 호평을 받은 카를로스 바그너가 맡았다. 바그너는 "엘사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질문을 대신한다. 이 작품을 동화처럼 해석하느냐, 현실적으로 하느냐,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나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엘자처럼 자기 꿈을 희생하면서까지도 권력자에게 그가 진정 누구인지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로엔그린'은 배경을 중세 브라반트에서 현대사회로 옮겼다. 국내외 정치적인 압박으로 붕괴의 위기에 처한 한 나라가 무대이고, 세트는 현대 국회를 연상시킨다. 김학민 감독은 "바그너는 종교적으로 고통에 처한 여인을 구원하는 이야기로 작품을 썼지만 카를로스 바그너 연출은 종교적인 메시지를 넘어섰다"며 "정치적으로 혼돈에 빠진 세상의 모습을 국회 혹은 의회라는 장소에서 재현하고 있다"고 했다.
무대와 의상을 맡은 코너 머피는 "작품의 콘셉트를 현대적으로 잡았기 때문에 현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색채가 필요했다. 엘자의 꿈이나 마술과 같은 추상적인 부분과 대비를 시키는 부분도 있다"며 "조명을 통해 선과 악의 대결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로엔그린 역은 한국인 테너 최초로 유럽 대표 페스티벌인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데뷔한 김석철이 맡는다. 엘자 역은 2013년 스위스 바젤 극장에서 엘자 역으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소프라노 서선영이 연기한다. 하인리히왕 역은 베이스 미하일 페트렌코가, 오르트루트 역은 카트린 위놀드가 캐스팅됐다.

김석철은 "'로엔그린'을 하고 싶어서 공부를 한지 14년이 됐다. 이 작품은 가사만 알아서는 안되고, 배경철학까지 알아야 한다"며 "바그너 오페라는 사회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꿰뚫고, 계몽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작품은 오는 11월16일, 18일, 20일, 3일 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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