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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한달]"커피·빵도 뇌물? 청렴 강조하다가 학교 앞 상권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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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앞 소상공인도 매출부진 울상
강남 학원가 빵집 매출 8% 줄어
교사상담 茶도 못사 커피숍도 부진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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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송정식(65)씨는 세살배기 손주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귤 한 박스를 들고 갔다가 기분만 상했다. 어린이집 원장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선물을 받을 수 없다며 극구 거절했기 때문이다. 송씨는 "손주가 과일을 워낙 좋아해서 종종 어린이집 앞 과일가게서 사 보내곤 했는데 법 때문에 귤 하나 나눠먹는 정까지 없어졌다"고 혀를 찼다.

청탁금지법 시행 한 달째에 접어들면서 '청탁ㆍ뇌물'과는 거리가 멀었던 학교 앞 소상인들까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전문점인 A사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최근 한 달간 롤케이크를 비롯한 케이크류 판매가 12%가량 감소했다. 박스나 꾸러미로 포장된 선물류도 전년동기대비 3% 줄었다.
이들 제품 가격은 대부분 5만원 미만으로, '빈손치레'할 수 없는 자리에 가격 부담 없이 구입하던 상품들이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이후 이 소비마저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학원가의 선물류 매출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강남에 위치한 학원가 인근 빵집들의 경우, 선물류 제품 매출이 한 달 새 8%나 꺾였다.

제빵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빵집은 '5만원 미만'으로 선물 상한선을 정한 청탁금지법의 반사이익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됐지만, 금액에 상관없이 무조건 선물류는 금기시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면서 1만원짜리 롤케이크도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청탁금지법 타격을 받는 곳은 빵집뿐만이 아니다. 학교 앞 커피숍들도 매출이 꺾였다. 학부모들이 상담 등을 하러 학교에 갈 때면 인근 커피숍에서 1500~4000원짜리 음료 한잔씩 사들고 가던 풍경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의 한 중학교 앞에 위치한 B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0% 가량 감소했다. 주변의 아파트 등 거주단지도 많지만 인근 학교들이 몰려있는 지역이라 일부 매출 흐름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이다.

금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 커피점 사장은 "올초까지만 해도 담임교사에게 갖다 준다며 커피를 두 잔씩 시키거나, 어린이집에 배달해달라는 주문전화도 많았지만 이달 들어 이런 수요가 뚝 끊겼다"면서 "가을 소풍과 2학기 정기 학부모상담 등을 앞두고 있지만 2000원짜리 커피 한 잔에도 법에 걸릴까봐 전전긍긍해야하는 분위기 탓에 학교 수요만 보고 문을 연 우리같은 매장은 매출 감소가 불보듯 뻔하다"고 푸념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3ㆍ5ㆍ10만원'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금액이 얼마이건 간에 무조건 함께하는 식사, 선물 자체를 꺼리고 있어 결국 소상공인들까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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