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수여건 개선은 자산시장 호조 영향..빠르게 악화할 가능성도"
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국가 재정에 대해 확연히 다른 시각을 내비치며 눈길을 끌었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두 기관 수장(首長)간 '엇박자'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은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가 일단 기재부 손을 들어줬다.
예정처는 이날 발간한 '2016~2020년 국세 수입 전망'에서 내년 세수를 올해 대비 3.0% 증가한 244조2000억원으로 예측했다. 내년 세수 증가율 전망치 3.0%는 올해 8.8%에 비해서 5.8%포인트나 낮아졌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내수 부문의 개선 추세 둔화가 국세 수입 증가세를 제약할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정처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내년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 등 대외 거래 회복을 기반으로 성장할 듯하다"며 "그러나 경제 성장률은 민간 소비 약화 등 내수 부진에 올해와 동일한 수준(2.7%)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예정처의 내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3.9%로 올해 4.0%보다 낮다.
구조적 요인과 경기 불확실성 확대에 내년 소비 심리는 올해보다 더 위축될 전망이다. 건설 부문에서도 주택과 토목 투자의 부진이 예상된다. 예정처는 혹여 교역량 회복세가 미미하다면 내년 세수 증가세는 예상보다 더 낮은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정처는 2016~2020년간 세수 증가율은 중기적으로 자산시장 호조세 약화 위험 등을 감안할 때 정부안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최근 좋은 세수 흐름을 이끌고 있는 자산시장 효과가 떨어질 경우 세수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정처는 "지난해 이후 세수 실적 개선은 실물경제와 괴리된 자산 가격 상승 영향을 받았다. 수출·투자·민간소비 등 실물경제의 회복세는 전반적으로 미약했다"며 "금리 인상 본격화 등으로 자산시장 호조세가 꺾인다면 세수 여건이 빠르게 악화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험 요인을 감안, 예정처는 2016~2020년 세수의 연평균 증가율을 정부안(4.5%)에 비해 다소 낮은 3.9%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대내적으로 기업 구조조정 추진으로 인한 부정적 파급 효과가 확산될 조짐이고 대외적으론 중국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향후 대내외 충격에 대비해 재정 건전성 유지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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