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관련 서비스 시장 성공의 성패는 사용자 경험으로 그 중심이 이동했다. 가장 편리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용자들이 몰리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현지화 전략이 아닌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인터페이스로 설계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국내 사용자들도 당연히 이러한 서비스를 원하고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구글과의 기술격차와 지도 반출의 부당함을 이야기하면서도 이들과의 기술 격차 줄이기나 서비스의 글로벌 확산 전략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구글 지도는 사실상 글로벌 사용자 표준이다. 반출 시 국내 업체들은 자신들의 지리정보를 활용한 기업 생태계의 붕괴와 어렵게 구축한 시장 잠식을 걱정한다. 반면 지도를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지도 반출을 환영한다. 어플리케이션 업체들은 국내와 해외 서비스를 하나의 지도로 개발할 수 있어 일관성 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그만큼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O2O 등 서비스 업체들은 외국인들에 익숙한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한 4차 산업혁명의 동인을 살펴보면 모바일 인터넷, 사물인터넷, 공유경제, 첨단로봇과 자율운송수단 등이다. 지리정보는 이러한 기술들의 서비스화와 상용화를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당연히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유해야 하고 글로벌화 해야 할 기술 가운데 하나다. 원하는 시점은 아니지만, 지리정보 산업은 국내 업체와 시장 보호를 위한 정책을 펼 것인지, 개방을 통해 무한경쟁으로 내몰 것인지 고민할 상황에 부딪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주력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당연히 글로벌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한다. 마찬가지로 그간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 과정을 겪어 왔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이 만든 글로벌 지도 서비스를 우리도 사용하고 외국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는 바람은 지우기 힘들다.
정부는 지난 8월 말 결정하기로 한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 결정 기한을 11월23일까지로 연장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3.0,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안보와 세금문제가 맞물려 결정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반출을 허용해도, 반출을 불허해도 비난은 쏟아질 것이다. 그 과정에 국민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최종 판단은 정부의 몫이다. 그 판단 기준 가운데 국민들이 글로벌 서비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