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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물리II 선택않는 이유…"정말 모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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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입시제도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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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고등학교 3학년에게 묻습니다.

"왜 과학탐구 영역 중에서 심화과목(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II)을 선택하지 않니?"
학생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점수가 안 나오잖아요! 대학 가려면 점수 많이 나오는 과목을 선택해야죠."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대화는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책상에 앉아 소설이나 시 등 문학서적을 읽고 있으면 부모들의 대부분은 "지금 뭐하고 있니? 지금 이런 나부랭이 읽을 때야. 공부해야지!"라는 꾸중이 이어집니다. 고등학생이 3년 동안 공부하는 목적은-모두 그렇지는 않겠는데-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문의 영역을 넓히고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공부하는 고등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 자체가 '좋은 대학'에 학생들을 '쑤셔 넣는' 곳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오세정 의원(국민의당)이 20일 분석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수능 과학탐구 선택과목 선택현황 자료를 분석해 봤더니 과학 선택과목의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12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심화과목 선택학생이 2분의1~10분의1까지 급감했다는 자료였습니다.

2012년 물리 심화과목(물리II)을 선택한 학생은 1만9080명으로 전체 수능응시자의 2.94%에 달했습니다. 올해는 3479명으로 급감해 전체 수능응시자의 0.59%에 불과했습니다. 화학 심화과목 선택 학생의 경우 3만6238명(5.58%)에서 3936(0.67%), 생물 심화과목의 경우 7만2263명(11.14%)에서 2만3405명(4.0%), 지구과학 심화과목 선택 학생 수는 2만5016명(3.85%)에서 1만443(1.78%)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오세정 의원은 "학생들이 공부하기 쉽고 점수 따기 쉬운 과목으로 쏠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과학탐구 영역에서 응시생의 수가 많은 과목이나 우수학생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위험부담이 줄어들 수 있어 앞으로 특정 과학 심화과목 기피 현상이 이어 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의 입시 제도를 보면 이는 당연한 분석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몰리는 과목에는 선뜻 들어가지 않으려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점수가 낮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오 의원은 "'학습량 감축'을 한다고 해서 학생의 학습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쉬운 내용을 심화학습 없이 반복학습만 하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계열 수험생들 사이에서 가장 기초 과학에 해당되고 심화 학습이 필요한 물리, 화학 과목에 대한 기피현상이 상대적으로 더 벌어져 문제"라며 "미래부와 교육부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정책마련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심화학습없이 반복학습만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정작 지금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은 '반복 학습'이 점수를 잘 나오게 하는 비결입니다. 수능문제집을 달달 외우고, 봤던 것 또 보고, 같은 문제를 여러 번 반복해서 풀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부모들로부터 '웃음'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미래부와 교육부가 고민하고 정책마련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비현실적입니다. 지금과 같은 교육제도를 만들어 놓은 장본인들이 '교육부 등 정부당국'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를 해체해 새로 만들면 모를까.

이 부분에서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수지 교수의 말이 생각납니다. 나카무라 교수는 노벨상 수상 직후 2015년 1월 일본을 찾아 강연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입학시험은 아주 최악이며 중국,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뗀 뒤 "모든 고등학생의 경우 그들의 공부 목적은 이름난 대학에 들어가는 것 하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카무라는 "아시아에서의 교육 시스템은 시간만 낭비하게 만든다"며 "젊은 후세대들은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심화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고등학생들에게 '심화학습없이 반복학습만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하는 기성세대들이 오히려 더 문제입니다. 자신들이 그렇게 만들어놓고 '심화학습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심화학습이 가능하고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고등학생들이 선택하는 것을 두고 우리들은 그 어떤 비판도 제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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