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신뢰 최우선, 이재용 시대 '책임경영'…미국발 악재 해소가 첫 번째 과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판매를 중단하고 구입시기와 상관없이 갤럭시노트 7 신제품으로 교환해 드리기로…."


지난 2일 오후 5시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9층.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갤럭시노트 7 배터리 결함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A4 용지 2장 분량의 발표문 낭독에 이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질문도 적지 않았다. 국내외 취재진이 집결했다.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의 작은 움직임에도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그렇게 23분이 흘렀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질의응답이 오간 뒤 이날 자리는 마무리됐다.


삼성전자 발표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250만대에 이르는 갤럭시노트 7 전체를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갤럭시노트 7 제품 1대당 100만원 정도로 계산할 때 250만대 교환이면 2조50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2일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판매를 중단하고 구입 시기와 상관없이 갤럭시노트7 신제품으로 교환해 드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2일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판매를 중단하고 구입 시기와 상관없이 갤럭시노트7 신제품으로 교환해 드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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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삼성전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그보다 적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일반 기업 입장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재정적 부담을 감수한 결정이었다.


삼성전자 선택은 여론의 우려와 분노를 여론을 누그러뜨린 결정적인 계기였다. 삼성전자 대책은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애초 배터리 전량 리콜 발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던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불량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제품을 신제품으로 바꿔주는 대책을 내놓았다. 평소 삼성전자에 비판적이었던 시민단체마저도 "삼성의 전량교체는 이례적이며 혁신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외국은 국내와 상황이 또 달랐다. 삼성전자에 대한 신뢰가 큰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최대 경쟁업체인 '애플' 변수가 남아 있었다.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악재는 애플의 호재로 다가왔다.


실제로 미국의 움직임은 심상치가 않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갤럭시노트 7에 대한 사용 중지를 권고했다. 갤럭시노트 7은 외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사용 중지' 권고의 파급력은 만만치 않았다.


[변화하는 삼성①] 플래시 세례 23분…여론 누그러뜨린 호소  원본보기 아이콘

삼성전자도 "국내 갤럭시 노트7 사용자들이 해외 여행 등 다른 국가 이동 시 불편을 최소화하고,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자, 글로벌 동일 기준에 따라 사용하시던 제품의 전원을 끄고 사용을 중단하실 것을 권고 드린다"고 밝혔다.


냉정히 볼 때 갤럭시노트7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았다. 삼성 입장에서는 더욱 힘겨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재정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악재를 맞이한 상황에서 뒤로 숨지 않고, 선제적이면서도 과감하게 대응한 삼성전자의 선택은 의미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고객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는 '경영 철학'을 각인했다는 점은 이번 사건이 삼성에 안겨준 무형의 자산이었다. 삼성전자는 12일 이사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실질적 의미는 물론 법적인 의미에서도 삼성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7 전량교환이라는 강수를 던진 배경 중 이 부회장의 결단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이 부회장의 판단이 이번 결정에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노트 7을 둘러싼 악재를 해소하고 잠시 흔들렸던 삼성의 성장동력을 되살리는 중책을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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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법적인 의미에서도 삼성의 얼굴로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첫 번째 시험대는 갤럭시노트 7을 둘러싼 미국발 악재를 해소하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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