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공간정보기술연구원장·변호사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구글은 한 발짝 물러서 있고 오히려 데이터를 갖고 있는 우리 정부만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다. 구글은 이번에 지도 데이터가 반출이 되지 않더라도 손해 없이 지금껏 해온 것과 같이 계속 반출 요청을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산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지도를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구글은 이러한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있다. 지도는 이러한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며, 표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이자 가장 중요한 데이터 그 자체로 가치가 충분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지도는 구글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근간이 되는 데이터로서 지도데이터의 확보 및 활용능력이 곧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도를 구축하는 것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와 관련 업체가 수조 원을 투입해 고품질의 지도를 제작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아무런 투자 없이 소유할 수 있게 된다면 그보다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구글은 우리나라의 지도를 반출함으로써 국내 개발자들의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이용자들의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구글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대가와 절충안 없이 지도를 요구하는 태도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번 정부의 지도반출 결정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데서 벗어나 구글에 대한 기술 종속, 산업생태계 교란 등의 다양한 문제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지도 반출의 결정이 전기차, 커넥티드카, 아마존의 글로벌 쇼핑, 온라인투오프라인(O2O) 서비스 등으로 확장될 것이며 단순히 구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다른 세계적 기업의 지도 반출 요청을 불러올 시발점이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공간정보 분야의 국내 역차별 문제도 시대에 맞게 검토돼 법적 절차와 서비스 준수 등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것이다.
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공간정보기술연구원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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