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알고 보면 재밌는 '은행 충당금의 세계'

최종수정 2016.08.26 14:33 기사입력 2016.08.26 11:30

댓글쓰기

당국 '충당급 적립 비율 가이드라인'은 10년 전 폐지…은행 각자 판단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공포, 쇼크….' 최근 조선ㆍ해운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에 흔히 함께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충당금(充當金)의 사전적 의미는 향후에 지출할 것이 확실한 특정비용에 대비해 사전에 대차대조표 부채항목에 미리 계상하는 금액을 말한다. 유동부채, 고정부채와 함께 부채항목의 하나다. 회계상 재무제표가 손실로 인식한다.

충당금이 늘어나면 은행 재무제표에선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그 역할을 엄밀히 따져보면 '충당금 쇼크'같은 표현은 다소 과장돼 있다.

충당금이란 상각이나 매각처럼 당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부실에 대비해 은행이 '회계상'으로 잡아두는 일종의 충격흡수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에선 충당금을 '쌓아둔다'고 표현한다. 은행은 매월 영업결산에서 집행된 대출에 대한 여신 등급을 일일이 평가하고 그에 따른 충당금 적립 비율을 각각 산정한다. 등급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만약 대출을 받아간 특정 기업에 대해 부실 우려가 커지면 은행은 해당 대출 집행건에 대해 여신 등급을 하향 조정한다. 회계상 충당금 적립 비율도 높아진다. 그런데 이후 해당 기업의 경영환경이 좋아질 경우 이때 쌓아뒀던 충당금은 다음 분기 순이익으로 고스란히 잡히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 회계는 '발생주의'를 택하고 있어 충당금을 쌓으면 곧바로 회계상 손실로 잡힌다"며 "하지만 충당금이란 당장 없어지는 금액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각 등급별 충당금 적립 비율은 각각 0.85%(정상), 7~19%(요주의), 20~49%(고정), 50~99%(회수의문), 100%(추정손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 실제론 은행이 자율적으로 충당금 적립비율을 정한다.
금융감독원은 2006년 하반기부터 각 은행으로 하여금 자체 산출한 예상손실률을 이용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토록 하고, 금융 당국의 최저 적립율 제도를 폐지했다. 당시 금감원은 "그 동안 은행은 감독당국이 과거 경험손실률을 바탕으로 설정한 최저 적립율을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왔으나, 앞으로는 은행 별 경험손실 자료에 기초해 예측한 손실률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도 부실 가능성이 높을수록 충당금 적립 비율도 높아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 가이드라인이 준수되고 있긴 하나, 결국 각 은행의 자체 판단에 따라 최종 결정되는 셈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각 은행별 여신 등급이 달라 논란이 된 점도 이 때문이다. 같은 기업에 각 은행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여신 등급은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른 충당금 적립 비율도 제각각이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 등급을 '정상'으로 분류했을 때에도 여신의 9%(약 300억원)에 해당하는 충당금을 미리 쌓아두기도 했다.

다만 최근 몇년 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주수익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 추세에 있는 만큼 충당금을 쌓을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업계 전반의 우려다. 최근 조선ㆍ해운업 등 부실기업 여신에 1조3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곧바로 2000억원의 적자를 낸 농협금융이 대표적 사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