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충당급 적립 비율 가이드라인'은 10년 전 폐지…은행 각자 판단
충당금이 늘어나면 은행 재무제표에선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그 역할을 엄밀히 따져보면 '충당금 쇼크'같은 표현은 다소 과장돼 있다.
만약 대출을 받아간 특정 기업에 대해 부실 우려가 커지면 은행은 해당 대출 집행건에 대해 여신 등급을 하향 조정한다. 회계상 충당금 적립 비율도 높아진다. 그런데 이후 해당 기업의 경영환경이 좋아질 경우 이때 쌓아뒀던 충당금은 다음 분기 순이익으로 고스란히 잡히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 회계는 '발생주의'를 택하고 있어 충당금을 쌓으면 곧바로 회계상 손실로 잡힌다"며 "하지만 충당금이란 당장 없어지는 금액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각 등급별 충당금 적립 비율은 각각 0.85%(정상), 7~19%(요주의), 20~49%(고정), 50~99%(회수의문), 100%(추정손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 실제론 은행이 자율적으로 충당금 적립비율을 정한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각 은행별 여신 등급이 달라 논란이 된 점도 이 때문이다. 같은 기업에 각 은행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여신 등급은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른 충당금 적립 비율도 제각각이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 등급을 '정상'으로 분류했을 때에도 여신의 9%(약 300억원)에 해당하는 충당금을 미리 쌓아두기도 했다.
다만 최근 몇년 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주수익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 추세에 있는 만큼 충당금을 쌓을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업계 전반의 우려다. 최근 조선ㆍ해운업 등 부실기업 여신에 1조3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곧바로 2000억원의 적자를 낸 농협금융이 대표적 사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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