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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청문회, 與野 협상 왜 이렇게 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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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3당 체제하에서 '협치의 정치'로 기대를 모았던 20대 국회가 추가경정예산안,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이하 청문회) 문제로 충돌하면서 '잿빛 분열의 정치'로 되돌아갔다. 당초 여야는 22일 추경안을 처리키로 합의를 했지만,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추경 심사와 청문회 등은 언제 진행될지, 할 수는 있을지 조차 의문스러운 상황에 내몰렸다.

여야3당 교섭단체 원내수석부대표는 추경 처리가 예정됐던 22일 저녁 회의를 열어 추경과 청문회 관련해 단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하루 이틀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타임'을 선언하면서 추경 등이 8월 임시회에서 처리될 수 있는지 등은 오리무중이 됐다.
여야 3당은 지난 12일 추경-청문회에 대해 합의를 해놓고도 왜 이렇게 혼란을 빚고 있는 걸까.

우선 이번 추경에 대해 여야 어느 쪽도 절실하지 않다. 이번 추경은 예전의 추경과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야당이 먼저 요구를 하면서 시작된 추경이라는 점이다. 정부 여당이 아쉬워 시작된 추경이 아닌 것이다. 국민의당이 올해 조선업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등을 들어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같은 추경요구에 정부와 여당이 마지못해 응하는 모양새로 추경예산 편성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추경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제기가 있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구조조정의 방향 등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조정 관련 예산을 편성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안이 국회에 넘어오기 전부터 추경 목적이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세입이 예상보다 너무 많이 걷혀서 하반기에 쓰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12일 여야 협상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세균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3당 원내대표간 합의에서 가장 눈 여겨 볼 점은 추경과 청문회 의사일정 순서였다. 그동안 야당은 청문회를 연 뒤에 추경을 심사를 주장했는데, 이날 합의를 통해 추경부터 하고 청문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이 합의로 선(先)청문회 후(後)추경의 원칙은 깨졌다.

증인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당초 선청문회-후추경의 원칙을 포기했다면 최소한 야당은 여당으로부터 최종택(최경환 의원ㆍ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ㆍ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증인 채택은 사전에 양보를 받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더민주 의원간담회 등에서 이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증간 채택과 관련해 약속 받은 것 없이 추경 처리일 등 등 국회 의사일정까지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론이 제기되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중재한 자리여서 증인합의까지 요구하기 어려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새누리당은 여야간 추경 협상이 난항을 빚자 추경을 철회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예결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주광덕 의원 등은 예산안 국회 제출이 임박한 시점인 점 등을 들어 추경이 안 된다면 본예산에 합해 편성하자는 주장을 했다. 야당에서는 이와 관련해 "집권여당이라면 추경 처리를 목전에 두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 바지가랑이라도 잡고 늘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당의 무성의한 협상 태도를 질타했다. 허장성세일 수 있지만 겉보기에 여당은 '아쉬울 게 없다'는 태도로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 "5만명의 실업 문제를 최 의원, 안 수석 두 사람 때문에 나 몰라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집권 여당이 무책임한 태도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협상 과정에서 추경-청문회 관련해 협상권한이 없다는 태도로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질적인 협상 권한은 여당이 아닌 청와대가 갖고 있다는 의미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협상 과정을 겪으면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협상과 관련해 아무런 권한도 전략도 없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보니 급기야 증인 채택 문제와 관련해 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해줄 것을 설득하는 일들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20일간 정 원내대표가 우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한 게 겨우 한 차례 였다"면서 여당의 무성의한 협상 태도를 문제 삼았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상과정에서 "형(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네가 여당이야"라고 소리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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