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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절대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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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 올림픽 속에서 건진 말들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2016년 리우 올림픽의 슬로건은 '당신의 열정을 살아라(Live your passion)'이다. 이 번역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낱말 배열의 취지를 살려보고 싶었다. 산다는 건 숨쉬는 일을 비롯한 생명활동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그 활동에 무엇을 적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 올림픽의 도전자들과 그 도전에 열광하는 이들의 마음에는 불꽃이 유통된다. 그 불꽃의 비밀은 무엇인가. 무엇이 이토록 삶을 아름답게 하며 빛나게 하는가.
글로벌 회계법인(딜로이트)의 경영자 캐시 앵겔베르트는 그 불꽃의 영감을 경영에 살려야 한다면서, 스포츠 영웅들이 지닌 인생경영의 보편을 네 가지로 요약해 설명한다.

첫째는 자기 관리다. 인류 앞에서 자기를 그토록 아름답게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신체적인 특별함 때문이 아니라, 그런 연기에까지 이르게 하는 집중적이고 과학적이며 의욕적인 관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를 관리하는 일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어떤 능력에까지 이를 수 있는지의 기적을 보여주는 사건 백화점으로 올림픽만한 게 어디 있겠는가.

둘째는 고통과 단점에 대한 능동적 인식이다. 삶은 모든 이에게 일정한 고통을 주고 모두에게 단점을 부여한다. 고통과 단점에 대한 대개의 인식은 부정적 감정이다. 고통을 회피하려는 생각과 단점을 원망하고 외면하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런데 올림픽 스타들은 고통을 즐겼고 단점이 방해하는 그 경계에서 전투를 벌여 자기를 확장하고야 말았다. 그 고통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단점이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투철하게 이해했다. 그것이 자기를 인간의 굴레로부터 초월하게 하는 도약 장치임을 알아챘다. 우리가 경탄하는 것은, 그 고통과 단점 위에 솟아있는 그들의 아름다운 꽃이다.
세째, 나는 여기서부터 더욱 '꽂히기' 시작한다. 그들을 거기까지 이르게 한 데에는 어떤 거울이 있다. 그 거울은 자기를 비추는 것이지만, 사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코치나 스승이나 격려자나 선배나 동료, 후배. 그 누구라도 좋다. 위대한 능력을 발휘하는 자의 곁에 있는 거울같은 사람. 우린 그를 멘토라고 부르기도 하고, 지음(知音)이라 말하기도 한다. 인간은 인간을 흔들고 비추고 뛰게 하며 지친 인간을 일어나게 하고 감격의 순간에 포옹하게 한다. 그 인간과 인간의 미러링을 우린 올림픽 동안에 실컷 구경한다.

박상영이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상영이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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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째. 이게 백미다. 솔직히 이걸 말하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올림픽의 별들은, 오로지 절대성취에 집중했다는 사실. 삶은 모두 어떤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일련의 진행이지만, 그 성취가 값지게 되는 것은 절대성취일 때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인간의 수많은 한계와 제약과 문제적 조건과 상황 속에서 성취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성취를 하고싶은 욕망은 크고 성취를 해내는 성과나 전망은 미약할 때 우린 다른 방식을 찾으려고 한다. 남의 성취를 질투하는 일, 남의 성취를 폄하하여 자기의 현재를 가리려고 하는 일, 성취에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서둘러 핑계를 발명해내는 일. 이 모든 비행(非行)이 성취를 상대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자들의 슬픈 초상이다.

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나은 성취를 꿈꾸지 말아라. 오직 내가 나를 이겨내는 그 성취. 그 내면의 전투와 자기와의 게임 속에서 이겨낸 이들이 날마다 뛰고 구르고 찌르고 쏴서 만들어내는, 절대성취의 향연이 올림픽이다. 절대성취를 나아가는 몰입의 순간이야 말로, 인간을 가장 위대하고 강력하며 아름답게 만들어온 힘이다.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때를 돌아보면, 저 절대성취의 빛나는 궤적이 아니던가. /빈섬.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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