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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의 인문의 창]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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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요충 가운데 요충이다.

그래서 이 땅에서 삶을 영위하는 주체들이 정치?경제?문화적 고기압을 형성하면, 그 빛이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을 향해 마음껏 뻗어나갈 수 있지만, 국론이 분열되고 국가적 과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여 저기압이 되면 수없이 겪어온 시련의 원인으로 된다.
요즘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를 보면서, 또다시 지정학적 악몽이 떠오른다.

중앙일보 김영희 기자의 칼럼(2016.7.1, 7.22)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비단 ‘사드’문제만이 아닌 현 정권의 남은 임기 동안 예상되는 총체적 난국이 염려된다. 여야ㆍ보혁을 넘어 진정한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의 진실하고 비상한 결집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대전환을 이루는 기회로 살려져야 한다.
해방 후 70년 이상 계속되는 남북의 대치와 그것이 바탕이 된 비정상적 상황이 근본적으로 종식되는 것이 핵심 과제의 하나다. '한 민족 두 국가'가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실제적으로는 이미 남북이 각각 UN에 따로 가입하고 있는 별개의 '국가'다. 그런데 '관념'이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제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으로 민족과 국가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전망하고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다면 지정학적 악몽이 되풀이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 ‘고정관념’의 가장 핵심이 나는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단 이후 남북이 동상이몽으로 똑같이 주장해온 것이 통일이다. 북은 이른바 남조선 해방을, 남은 이른바 미수복지역의 회수를 내심에 감춘 채 똑 같은 구호를 줄기차게 외쳐왔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남곡의 인문의 창]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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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북쪽이 남쪽을 위협하는 것이 컸지만, 그 후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국력의 차이가 현저하게 벌어지고, 각각의 국가적 과제가 달라진 것이다. 지금 ‘통일대박’을 이야기하는 것은 명백히 북한의 붕괴를 통한 흡수통일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러나 설령 북한을 흡수하는 데 성공한다 할지라도 그 미래는 극히 불투명하다. 그것이 북한의 남한에 의한 실질적 지배를 의미하는 한, 설령 흡수통일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내전의 위험마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북의 핵과 특수전력에 의한 적화통일의 위험성이 있는가? 나는 가능성은 물론 의지도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시대착오적인 왕조에 불과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극좌가 아니라 극우파가 집권하고 있다. 두꺼비를 잡아먹는 뱀의 신세가 될 것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왕조가 해체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북의 핵무기보다 무서운 것이 한국의 축적된 민주 역량이다.

악랄한 식민지배국이었고 지금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도, 한국전쟁의 교전국이었던 중국과도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왜 유독 '동족'이라는 이유로 일촉즉발의 핵전쟁터라는 위험을 감수해야하는가? 이제는 상대를 '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전혀 다른 각각의 국가 과제를 전쟁의 위협 없이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국가적 과제인 민주화도 결국 내부 모순과 내부 동력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급변사태'가 생길 수는 있다. 그 경우 동족인 대한민국에 새로운 북한정부와 북한 주민이 손을 내밀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과제다.

한국이 인간화된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국가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이른바 '좋은 나라'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동족이라는 이유로 이제 더 이상 지정학적 악몽을 끌어들이지 않아야 한다. 남과 북은 70년 동안 서로 다른 사회 문화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남북의 기득권 세력들이 이 대립을 그들의 권력을 공고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른바 적대적 공생을 이루어 왔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 남쪽의 1인당 GDP 3만달러에 가까운 천민자본주의와 북쪽의 시대착오적 세습왕조의 가난한 병영국가다.

‘통일’이라는 신성불가침(?)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핵심 테마다. 그리고 평화통일을 통한 한반도의 위대한 꿈을 위해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노력을 하는 사람들도 정치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통일을 말할 시기가 아니다. 지금의 과제는 일촉즉발의 휴전선을 평화가 유지되는 국경선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민족 분열 세력'이 아니다. 한반도에 진정한 고기압을 형성하는 길이다.
남북이 각각의 국가적 과제를 전쟁의 위협 없이 성취하는 데 힘을 집중한다면, 세계와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에 부합하는 ‘모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방향에서 ‘동족’이라는 장점이 얼마든지 살려질 수 있다. 지금처럼 ‘동족’이라는 것이 최악의 선택을 하게 하는 ‘덫’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고정된 상상력을 해방하고, 광활한 미래를 내다보자.

이남곡 인문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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