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에서 위대한 업적은 이런 우연에서 시작된 게 적지 않다. 목욕탕 물이 넘친 것에 "유레카"를 외치며 부력의 원리를 떠올린 아르키메데스나 배양접시를 치우지 않은 채 떠난 휴가 덕에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처럼. 다이너마이트나 포스트잇 등도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한 예다. 이런 우연한 발견은 말할 것도 없이 과학 문명의 혁신과 진보를 앞당겼으며 지구인의 지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렇게 놓고 보면 세상 일 그 어떤 것도 우연히 일어나는 것은 없다. '오랜만에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동네 목욕탕을 찾은 날은 한달에 두 번 있는 정기휴일이 꼭 걸리는' 머피의 법칙 따위는 성립할 수조차 없다. 더구나 '꼬질꼬질 지저분한 모습을 그녀에게 들키지 말아야지 하면 벌써 저기서 그녀가 날 어어없이 바라보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이를 확대하면 앞서 예를 든 과학자들의 세렌디피티 역시 그저 운좋은 발견이라고만 할 수 없다. 한가지 주제를 두고 수많은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무수한 실패를 거듭했을 과학자에게 찾아온 필연적 영감이며 운명적 발견이라 하는 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
청와대 수석으로 얘기를 좁히면 우연은 더 반복된다. 아들이 군 입대전 인턴으로 근무하며 모셨던 국회의원이 장관에 기용된 것은 그야말로 '호사가들의 짐작'에 불과하다. 의무경찰로 입대한 아들은 마침 '줄을 잘 서서' 경비대에서 운전병으로 빠졌다. 그 의경 아들이 1년간 총 50번이나 외박을 한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걸 어쩌란 말인가, 까마귀를 탓해야지 그렇다고 배나무를 통째 자를 수야 없지 않느냐. 뒤늦게 특별감찰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청와대의 첫 반응은 대략 이에 가까웠다. 배가 떨어질 때마다 까마귀가 날았는데 아직은 어떤 인과관계도 확증적으로 드러난 게 없으니 까마귀라도 탓해야 할 지 모르겠다. 까마귀는 왜 하필 그때 날아가지고.
憑堂(빙당)·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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