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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99.5%에 만족할 수 없는 항공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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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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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하늘에는 매일 1850여대의 민간 항공기가 25만여명의 여객, 1만여t의 화물을 싣고 쉴 틈 없이 뜨고 내린다. 시간 당 많게는 150여대의 항공기가 우리 머리 위에 항상 떠있는 셈이다. 이 많은 항공기들이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불철주야, 24시간 풀가동되는 곳이 있다. 바로 항공기 정비 현장이다.

항공기 정비 체계를 보면 흥미롭게도 사람에 대한 의료 체계와 닮은 점이 많다. 항공기는 약 600만여 개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부품은 고유 식별번호가 부여되며, 최초 항공기 설계 단계부터 부품별 규격, 재질, 성능 등 품질 표준과 사용 수명, 점검 주기 등이 개별로 설정된다.
항공기 운영자인 항공사는 점검, 고장, 수리 등 해당 이력을 기록하고 관리할 책임을 가진다. 마치 사람의 일생 동안 의료기록이 유지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 기록은 항공기가 얼마나 건강한지 판단하는 척도가 되며, 항공기 매매 등으로 소유권이 이전되면 기록 또한 새로운 소유자에게 이관된다.

항공기는 일생 동안 무수한 점검과 정비를 반복적으로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점검은 운용시간에 따른 정기 점검으로, A점검 → C점검→ D점검의 3단계로 구분된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A점검은 기초적인 신체검사에 해당한다. 약 2개월마다 항공기 외부 위주로 손상된 곳이 없는지 100여 부위를 확인하며 1대 당 하루 정도가 소요된다.

C점검은 항공기 점검의 꽃이라고 불리는 가장 중요한 점검이다. 대학병원의 종합검사와 유사하다. 통상 2년 주기로 실시되며, 항공기 엔진부터 좌석 시트까지 6만여 부품을 검사해 이상 징후가 있는 부위를 찾아낸다. 부품을 떼어내 성능을 체크하는 검사, 형광용액을 통해 균열을 확인하는 형광 검사, 엔진 내부 내시경 검사, 금속 부스러기 제거를 위한 자석 탐지기 검사, 부품 표면 요철 발굴을 위한 와전류 탐상검사 등 전문장비와 시설을 동원해 다양한 정밀검사를 촘촘히 진행한다. 점검기간만 꼬박 15~30일가량 걸리며, 점검 비용도 회당 수십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작업이다.
마지막 D점검은 생애전환기 검진으로 볼 수 있다. 평균 5~6년 주기로 실시되며, 항공기의 주요 부품을 완전히 해체한 후 결함이 있는 곳의 수리와 보강, 부품 교체, 성능개선 등을 거친다. 작업이 끝나면 사실상 새 항공기 수준으로 개량된다. 일반적으로 민간 항공기는 퇴역 전까지 통상 3~4번의 D점검을 받는다.

이런 체계적인 점검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고장을 100% 예방하기는 어렵다. 항공기는 2중, 3중의 예비 시스템 체계로 설계되어 있어 고장이 나더라도 사고로 연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운항준비 중 또는 운항 중 고장에 따른 지연 출발이나 회항 등이 유발되면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최근 정부와 항공사는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접목한 항공기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고장 이력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장을 유발하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찾거나, 항공기별, 부품별 평균 고장발생 주기 등을 바탕으로 고장 징후를 미리 예측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9개 국적항공사가 있고, 모든 국적항공사는 항공법령에 따라 정비 데이터 분석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7월부터는 정부도 이 분석 결과에 따라 고장률이 높은 분야에 감독 역량을 집중하는 타깃팅 점검을 하고 있다. 분석된 정보는 항공업계 간에 상호 공유토록 해 유사 사례를 막고 결함 해소 과정을 각 항공사가 알 수 있도록 정보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정비에 따른 지연이나 결항 없이 계획된 시간에 출발하는 비율을 정시운항률이라고 한다. 국적항공사의 정시운항률은 전 기종에서 99.5%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항공기 정비에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 최고의 안전을 위해, 우리나라의 정비 체계가 곧 세계 표준이 되도록, 마지막 0.5%라는 꿈의 영역을 향한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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