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상추쌈은 언제나 진리! '상추튀김'

손바닥 위에 상추 한 장 올려놓고 따끈따끈한 밥도 한 숟가락, 고기 한 점, 기호에 따라 마늘, 고추도 올리고 쌈장도 듬뿍 올려 큼지막하게 싸서 양 볼이 터질듯하게 먹는 상추쌈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간혹 쌈이 고기나 생선회 등 주재료의 맛을 해친다며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인의 상추쌈 사랑은 남다르다. 오죽하면 튀김까지 상추에 싸먹는 ‘상추튀김’까지 생겨났을까.

상추튀김

상추튀김

상추튀김은 전라도에서 생겨난 것으로, 아직도 광주, 전주, 남원 등지에 가면 상추튀김을 파는 분식점을 찾을 수 있다. 상추튀김을 접해본 적이 없는 타 지역 사람들은 처음 상추튀김을 마주하고 모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상추를 튀긴 것이 상추튀김인 줄 알았더니 튀김을 상추에 싸 먹는 게 상추튀김이라니! 전라도 각 지역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상추튀김은 자기 고장 고유의 음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상추튀김이 세상에 알려지자 서로 자기 것이라고 귀여운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2012년, 드디어 상추튀김의 역사가 제대로 밝혀졌다. 광주시에서 ‘상추튀김 에피소드 공모전’을 열어 진짜 원조를 찾아냈다. 1975년 광주시 동구 충장로 2가 옛 광주우체국 뒤편에 한 튀김집이 있었는데, 우체국 주변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들이 점심때가 되면 그 튀김집에 모여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저씨가 도시락 반찬으로 상추를 가지고 왔는데 밥이 부족했다. 그때 사람들이 밥 대신 튀김을 상추에 싸서 먹었는데 튀김의 느끼한 맛을 상추가 없애주고 맛이 좋아 그때부터 그 튀김집에서 튀김과 함께 상추를 내놓았다고 한다. 이 기발한 메뉴가 입소문을 타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그 튀김집 주변으로 상추튀김 가게가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해 상추튀김 거리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꼭 현지에 가서 직접 그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정확한 맛뿐 만 아니라 음식의 역사와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튀김을 상추에 싸 먹는 것이 어떤 맛일까 너무 궁금하다면? 원조를 체험하기 전에 살짝 맛보기로 흉내 내볼 수 있다. 광주의 원조 상추튀김의 튀김은 우리가 먹는 일반 튀김과 다르지 않다. 다만 청양고추와 양파를 잘게 잘라 넣은 양념장에 튀김을 찍거나 튀김에 양념장을 얹어 상추에 싸 먹는 것이 특징이다. 그냥 먹기엔 느끼해 언제나 떡볶이 국물과 세트이던 튀김이 상추와 만나 어떤 맛을 낼지 궁금하다.

글=푸드디렉터 오현경, 사진=네츄르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