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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 케미칼, 요람에서 무덤되나

최종수정 2016.06.22 11:50 기사입력 2016.06.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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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착수 이래 첫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는 신동빈 회장(61)이 경영수업을 쌓은 롯데케미칼 출신에서 나왔다. 그룹 주요 계열사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불거진 가운데 검찰이 배후를 쫓는 과정에서 단박에 그룹 심장부를 겨눌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롯데의 요람이 무덤으로 지목되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오후 3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증거인멸 혐의 등을 받는 김모 전 롯데케미칼 재무회계부문장(54)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김씨의 구속여부는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과 김씨에 대한 심문 결과 등을 토대로 이날 밤 늦게 가려질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의 전신 호남석유화학이 2004년 인수한 케이피케미칼에서 회계ㆍ재무팀장을 맡아오다 2010년 이사대우로 임원 반열에 든 김씨는 2012년 회사가 흡수되며 롯데케미칼로 적을 옮긴 이후로도 계속 재무회계 업무를 담당했다. 이듬해부터 상무보로 승진한 2014년 말께까지 재무회계부문장을 맡아 롯데케미칼의 살림살이를 챙겨온 인물이다.

검찰은 김씨가 재직 중 확보해 보관해 오던 핵심 자료를 파기하고, 롯데케미칼이 계열사간 내부거래 등을 통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그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다 긴급 체포한 뒤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탈세는 횡령ㆍ배임의 이면과도 같다.

신동빈 회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그룹 컨트롤타워격인 정책본부에서 운영실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가신그룹 일원인 황각규 사장과 연을 맺은 곳 역시 롯데케미칼이다. 지난해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롯데첨단소재) 등 삼성그룹과의 3조원대 빅딜을 성사시키며 신 회장이 그룹 성장 동력으로 일궈 온 화학부문의 핵심 계열사다.
다만 현재는 그룹 주요 비자금 조성 수원지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해외 원료 수입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 등 계열사 '끼워넣기'로 거래 대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일면서다. 롯데케미칼은 이를 '정상 거래'라고 해명ㆍ반박했으나, 검찰은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 보고 일본 롯데물산의 자금ㆍ거래 내역을 제출토록 요청했다. 검찰은 필요하면 일본 사법당국과 공조해 직접 자료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종합화학회사 도약을 위해 추진해 온 미국 액시올사 인수도 이달 철회했다.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과정에서 정산방식 변경 등을 통한 부정 회계처리 의혹 등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국내 계열사를 상대로 한 내부 매출은 케이피케미칼 흡수 이듬해인 2013년 9596억원 규모로 최근 5년 들어 가장 많았다. 케이피케미칼은 롯데엠알시(작년 기준 52%) 다음으로 롯데케미칼과 내부거래가 왕성한 계열사였다.

검찰이 김씨를 상대로 증거인멸 배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그룹 정책본부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과 14일 롯데그룹에 대한 1ㆍ2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조직적인 증거은폐ㆍ인멸 정황을 포착했다. 주요 임원 사무실의 서랍ㆍ금고가 텅 빈 채 발견되는가 하면, 자료삭제 전문프로그램을 동원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전산자료를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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