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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직전 신공항 갈등] 표퓰리즘이 빚어낸 '묻지마 유치전'

최종수정 2016.06.21 10:15 기사입력 2016.06.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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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놓친 것들<하>…'10조원 황금알' 신공항에 경제논리는 없다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묻지마 유치전'이다. 수조원대의 대형 국책사업에 돈(경제 논리) 얘기는 없고, 표(정치 논리) 계산만 넘실댄다. 지자체는 물론 지역주민들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신공항에 목을 매는 상황이라 어디로 결정이 나든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지난 2014년 발표한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연구 용역'에 참여했던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의 일침이다. 이 연구에서 자문위원을 맡았던 그는 당시 신공항 건설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1일 허 교수는 "작금의 유치전은 경제성을 제쳐 놓고 지역 정치논리로 치닫는 양상"이라며 "어디가 선정되든 정치논리에 따라 선정됐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정부의 타당성조사도 신뢰받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비밀주의가 지역간 갈등을 격하게 하고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신공항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면, 표퓰리즘에 기댄 거칠고 억센 주장들이 난무하는 현실은 또다른 불행의 씨앗이 될 것이란 소리다. 공항이 들어선 이후 운영과정에서 경제적 이해득실이 있을텐데 당장 건설과정에서 수조원의 세금이 어느 지역에 투입된다는 점에만 욕심을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은 신공항 후보지가 어느 곳으로 결정되느냐에 혈안이 돼있지만 선정 이후에는 해당 지역에 대한 수요 예측과 경제성 검토가 제대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신공항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가덕도와 밀양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신공항 입지선정 발표를 앞두고 시민단체는 각각 가덕도와 밀양 유치를 부르짖으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일부는 삭발까지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직을 걸었다. 신공항 유치를 공약으로 발표했던 그는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결의를 재차 확인했다.

시도지사와 시민단체 등이 똘똘 뭉쳐 신공항 유치 경쟁에 사활을 거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신공항 건설비용을 100% 중앙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비용 없이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지자체로선 더 없이 좋은 사업인 셈이다. 여기에 10여년 넘게 이어지는 공사기간 동안 지역 일자리 창출과 , 해당 지역의 땅값 상승까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손색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입장에서도 공항 이용이 더 편리해질 수 있다.

부산시 신공항추진단 관계자는 "지난 2011~2013년 실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에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항공여객ㆍ외국인입국자 증대, 신공항 건설투자에 따라 약 11조782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가 예상되는 것으로 추산됐다"며 "또 부가가치유발효과 약 8조122억원과 15만5160명에 달하는 고용유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밀양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만만찮다. 한근수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두 후보지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추정이 너무 오래된 버전이라는 점이다. 한 박사는 "연구 당시와 공사비가 달라지면 파급효과 추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성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있지만 신공항을 건설함으로써 생겨날 피해나 또다른 갈등은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유치전에 참여 중인 한 교수는 "현재는 장밋빛 전망에 따른 기대감에 소음과 환경문제 등 신공항 건설에 따르는 피해는 말도 꺼내지 못한 상황"이라며 "산을 깎아야하는 밀양이든 바다를 메워야하는 가덕도든 모두 환경훼손과 지역주민의 소음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영남권, 동남권, 남부권 등 이름부터 다양한 신공항은 오는 2023년 활주로 용량이 가득 차는 김해공항에 대비하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이란 이름으로 지난 2003년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2009년 국토연구원의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연구' 발표에 따르면 경남 밀양 편익이 3조3640억원으로 부산 가덕도(3조2190억)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2011년 타당성 조사를 통해 가덕도(38.3점)와 밀양(39.9점)이 모두 사업 착수의 기준이 되는 50점에 못 미친다며 계획을 백지화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재추진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공약으로 내걸면서부터다. 국토교통부는 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지난해 김해공행 이용객이 590만명이 달해 1년 수용 최대치를 50만 명 초과하는 등 폭발적인 항공 수요 증가도 재추진에 힘을 실었다.

허 교수는 "가덕도, 밀양 모두 이미 2011년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내린 지역인데 제3안을 찾지 않고 결국 정치 논리로 다시 이들 지역에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며칠 안에 나올 연구용역결과가 해당 공항의 경제성ㆍ성공여부를 개런티(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냉정하게 수요예측부터 새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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