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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아시아,지나온 10년 다가올 10년]대립의 한국 정치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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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한국 정치의 지난 10년은 갈등과 대립으로 채워졌다.1997년 처음으로 여야 간 평화적 정권 교체 이후 10년 뒤에 다시 수평적인 정권 교체를 이룩하며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숙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상으로는 투쟁과 대립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2007년 12월19일, 17대 대선의 승리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이 전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고(故)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진보정권의 시대가 끝나고 보수정권의 시대가 열렸다. 보수에서 진보로, 다시 진보에서 보수로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성숙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 정권 교체 이후 한국 사회는 극도의 대결 양상을 보였다.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 맞섰고, 보수와 진보로 사회가 나뉘었으며, 국회 역시 날치기와 육탄 저지의 어두운 시절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두고 여론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했다. 2008년 5월 시작된 촛불 시위는 전국적으로 벌어져 여름까지 이어졌다. 촛불 시위의 배후 공방은 결국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책임 문제로 비화되며 전 정권과 현 정권 간의 대결구도가 펼쳐졌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사저에 보관한 것을 두고 유출 논란이 벌어졌다. 검찰이 박연차 게이트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전현직 정권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끝났다.
국회 상황 또한 다르지 않았다. 18대 국회는 예산안과 한미 FTA 비준동의안, 미디어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금산분리완화법, 친수구역특별법,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 등 여야 간 첨예한 입장 차이가 벌어질 때마다 '날치기'와 야당의 실력 저지가 반복됐다. 본회의 표결 저지를 위해 야당의원들이 국회의장석을 점거하면 여당 의원들은 완력을 동원해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는 활극은 뉴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인 1577만표를 얻어 당선됐다. 하지만 18대 대선은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대선에 개입한 사건 때문에 논란이 됐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은 박 대통령 1년 차 정국을 흔들었다. 대선 당시 언급됐던 서해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도 정국을 파국으로 이끌었던 이슈였다. 이 때문에 대선을 치른 지 3년이 지난 2015년에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선거 개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 전반기 임기에서 대선 불복 논란이 가장 큰 정치이슈였다는 사실은 이 기간이 얼마나 갈등의 시기였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나마 국회에서 폭력은 사라졌다. 18대 국회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국회에서의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 불복 논란은 정치권의 화약고 역할을 해 왔다. 합의의 정치를 추구한 국회선진화법의 정신과 달리 실제 국회 운영은 '법안 바꿔 먹기'로 진행됐다. 쟁점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여야는 합의를 깨기 일쑤였다. 결국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기본 전제로 한 여야 관계는 이익균형의 논리 속에서 여야 양측이 요구사항을 맞교환하는 방식의 협상을 통해 유지됐다.

지난 10년 우리 정치가 이처럼 갈등과 대결 구도로 보였던 것은 민주화 이후의 새로운 지도체제를 마련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흔히 3김시대로 불렸던 거물 정치인의 시대를 거친 뒤에 한국 정치는 새로운 정치 권력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대선 후보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 결과 여당은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야당은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라는 형태의 계파 정치가 형성됐다. 정당 공천 등이 민주적 정당성에 기반하기보다는 정치권 내부의 역학관계, 계파 등에 의해 좌우됐다. 계파 갈등이라는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줄곧 여야 간의 갈등을 통한 적대적 공생의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앞으로 10년, 문제를 일으키는 정치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선거가 끝난 다음에 선거 과정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거나, 진보와 보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온 사회가 이념 갈등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과정의 정당성을 발판으로 결과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정치의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 정당 내부 구조에서도 정당이 정치 엘리트 간의 이합집산의 틀을 벗어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계파 정치를 끝내고 정파 정치를 열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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