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미다스의 손' 이랑주 VMD협동조합 이사장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사람이 무언가를 보고 '좋다'고 느끼는 것은 오감을 통한 본능적인 판단이에요. 그러나 그 아래에는 치밀하고 과학적인 법칙이 숨어 있죠."
15일 서울 용산구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서 만난 이 이사장의 얼굴은 마주 보는 사람까지 웃게 할 만큼 활력이 넘쳤다. 최근 의뢰받는 매장의 현장답사를 마치고 온 뒤였지만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비주얼 머천다이저라(visual merchandiser)는 직업 자체가 세상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만큼 늘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1993년 이랜드 입사를 시작으로 현대백화점 본점과 부산점, 롯데백화점 창원점, 이랑주VMD연구소 등을 거치며 23년간 대중소기업과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벌여왔다. 그의 손을 거친 브랜드 및 매장은 지난해 11월 서가 리뉴얼로 화제를 모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비롯해 LG전자, 하이마트, 풀무원, 한솥도시락, 총각네야채가게 등 대략 2000여개. 최근엔 더 많은 상인들과 소비자들에게 그만의 노하우를 알려주고자 신간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인플루엔셜)'을 내놨다. 그가 믿는 VMD의 유익 중 하나인 '가치의 공유'를 또 한 번 실천한 셈이다.
그는 이처럼 소비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대표적인 원리들을 묶어 '보는 순간 사고 싶게 만드는 9가지 법칙'을 책에 소개했다. 세부 항목으로 '이미지의 비밀' '색의 어울림' '색의 배열' '빛의 색온도' '조도의 차이' '각도와 높이의 마법' '동선의 비밀' '16㎝ 거리의 비밀' '브랜드 가치의 힘'이다. 또 스타벅스의 초록색, 핑크색만 보면 떠오르는 배스킨라빈스31, 교보문고에 5만년 된 나무 테이블을 놓은 까닭 등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비주얼의 힘을 이해시킨다. 특히 그는 각 브랜드가 가진 철학 속에 VMD 전략이 숨어있으며, 이 때문에 기업들은 '어떤 가치를 전달할 지'를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MD의 가치는 저급한 상품을 단순히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담긴 좋은 물건을 더 좋아 보이게 하는 데 있어요. 즉, '신선함'을 가치로 내세우는 기업이라면 제품을 어떻게 하면 가장 신선하게 보일 지 연구하면 돼요. 결국 어떤 비주얼 전략을 취할지는 각 브랜드의 철학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거죠."
그는 1년 전부터는 '한국VMD협동조합'을 설립해 '스타일공유'라는 청년창업 지원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스타일공유'는 초기자본이 부족한 청년 창업가들에게 인테리어와 집기, 소품 일체를 빌려주는 것인데 카페, 음식점, 미용실 등 매장 종류에 따른 스타일룸을 보고 그대로 매장에 적용한다. 이케아 쇼룸을 보고 가구와 소품을 세트로 구매하는 것 같은 이치다. 이 이사장은 "좋은 물건을 사람들의 마음에 연결하는 VMD처럼 스타일공유를 통해 더 많은 신생 브랜드들이 그들이 지닌 가치를 소비자들과 나눴으면 한다"고 전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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