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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수입차 불법 파문, 정부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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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질적 성장이 아닌 양적 성장에 치우친 결과 그동안 곯았던 게 터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수입자동차 브랜드의 잇따른 '불법 조작' 파문을 바라보면서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국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라며 분개하기도 했다.

몇달전 수입차를 샀다며 좋아하던 후배의 모습도 떠올랐다. 하지만 그 후배가 구입한 자동차 브랜드는 배출가스 조작에 이어 최근에는 연비까지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객 입장으로서 배신감과 실망이 매우 컸을 것이다.
그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은 업체들의 공격적인 판매ㆍ마케팅 정책에 힘입어 폭풍 성장을 해왔다. 1987년 수입차 시장 부분 개방에 따라 메르세데스-벤츠 10대가 수입 판매되면서 시작된 이 시장은 2009년 이후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4만3900대가 팔려 전년 대비 24.2% 증가하면서 연간 판매량이 역대 최초 20만대를 넘어섰다.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도 15.5%까지 높아졌다. 누적대수로 살펴보면 수입차의 국내 법인이 본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한 1995년에만 해도 2만8536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총 138만9661로 늘어났다. 점유율도 0.3%에서 6.6%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수입차 시장은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질적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배출가스 조작과 연비 조작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벤츠코리아도 미인증 변속기 장착으로 검찰에 고발당하고 세무조사로 500여억원의 세금 폭탄까지 맞았다. 할부 금융 자회사의 고객정보 보호 미흡으로 감독당국의 징계도 받았다.
지난해 수입자동차협회 설립 20주년을 맞아 업계는 "질적 내실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모습은 정반대인 것 같다. 수입차 업계는 물론 정부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관리책임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외국산 자동차의 수입 규제를 풀었고 수입차 관세도 인하해줬다. 덕분에 수입차 판매는 날개를 달았다. 수입차 업계는 경유(디젤)차를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연료비 부담을 줄이면서 연비도 우수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결과 디젤차는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해 수입 디젤차는 16만7925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26.2% 증가했다.

그러나 정작 디젤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정반대다. 디젤차를 도로 위의 이산화질소 배출의 주범이라고 인식하고 앞다퉈 디젤차를 몰아내고 있다. 런던의 경우 2020년부터 디젤차만 도심진입 혼잡통행료를 두 배로 올릴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지만 그동안 한국은 디젤차 판매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최근 환경부는 한국닛산 '캐시카이' 차량이 배출가스 불법 조작을 했다고 발표하면서 앞으로 유해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경유차에 대한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한국닛산은 불법조작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일부 업계 전문가들도 이번 조사 기준에 모호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의 소지를 불러왔다. 의욕이 앞서 무리하게 결과를 발표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이번에 테스트를 받은 차량 대부분이 실제 도로에서 질소산화물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때문에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아직 없다.

자동차 산업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앞으로도 국내 도로에서는 노후된 디젤차들이 계속 이산화질소를 내뿜으며 대기오염을 악화시킬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자동차산업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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