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수익 커질수록 정치적 압력도 커져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각국 중앙은행들은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매입한 자산과 시중 은행들에 대한 대출이 수익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이 급증한 중앙은행들은 재정 상황이 악화된 정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익이 는만큼 중앙은행이 정부에 보내주는 송금액 규모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국 중앙은행)는 지난해 100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미국 재무부에 송금했다. Fed의 송금액 규모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리스 중앙은행은 지난해 2001년 이후 최대 수익을 냈고 올해 정부에 11억5000만유로를 송금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도 지난해 사상최대 수익을 내면서 18억유로를 정부에 송금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처럼 중앙은행의 수익 규모가 커지면서 정치적 압력이 커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정치권이 중앙은행의 수익을 쌈짓돈처럼 생각해 중앙은행과 충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12월 Fed의 수익금 중 190억달러를 추가로 빼써는 법안을 마련했다. 고속도로 건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1000억달러에 가까운 돈을 연방정부에 보냈던 Fed의 송금액 규모는 1170억달러로 늘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Fed의 독립성을 침범하는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대부분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는 물가와 고용 안정을 위한 것이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중앙은행은 자산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중앙은행의 수익 여부는 물가와 고용 안정이 달성된 후 생각해볼 수 있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후 의도치 않게 중앙은행의 수익금이 크게 늘면서 중앙은행의 수익 여부가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정치적 압력은 Fed의 고유 정책상 목표인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 목표 달성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손실에 대한 불안 때문에 통화정책 목표를 단념하게 만드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008년부터 지난해 8월 영국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냈던 데이비드 마일스는 "BOE의 목표는 돈을 벌기 위해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와 고용 등의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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