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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 조선해운의 민낯] 흙수저 '조선 하청'은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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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도 못받고 빈손으로 떠나는 하청업체 직원들
울산·거제 조선 협력사들 1분기 줄줄이 폐업 예고
해양플랜트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더 절망적

▲해양플랜트 자료사진(사진=현대중)

▲해양플랜트 자료사진(사진=현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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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조선사 정규직 직원들은 구조조정 되더라도 퇴직금은 받겠지요. 하청 직원들이야 빈손으로 거리에 나 앉은 것밖에 도리가 있겠습니까"

울산에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대상으로 1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이원광(가명·40)씨는 지난 1년간 본인 돈 2억원을 날렸다. 원청업체들은 계속 계약단가를 깎고 있는데 하루 15만~20만원에 이르는 근로자 일당을 줄 재간이 없어 사재를 털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씨는 지난해 직원 400명 중 100여명을 내보냈다. 직원들의 4대보험까지 연체되면서 얼마 전부터 독촉장도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 씨는 "원청에서 앞으로 일감이 없을 거라는 통보까지 왔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제 정말 포기를 해야하나 고민에 요즘 잠을 못자고 있다"고 토로했다.
용접 후 정리를 업무를 하는 3차 협력업체 사장인 김병기(가명·65)씨는 오는 7월에 회사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그가 고용한 10여명 남짓한 직원들은 월세로 살던 방을 내놓고 일감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날 채비를 하는 중이다. 김 씨는 "협력업체를 접을 때 권리금까지 받고 팔던 시절이 있었지만 다 옛날 얘기"라며 "권리금을 포기하고 업체를 내놔도 기웃거리는 사람조차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선소 협력업체들의 도미노 폐업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도 올해 해고 될 협력업체 직원들이 몇 명이 될지 정확히 가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정규직 1명이 해고되면, 그 몇 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만두게 될 것"이라는 정도의 예측만 내놓을 뿐이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조선·해양 부문 외주협력사 인원'은 2014년 말 대비 올해 1분기 약 3000명 줄어들었다. 현대중공업은 3만6634명에서 3만3000명으로, 대우조선해양은 3만2637명에서 2만9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중공업만이 유일하게 2만1916명에서 2만6000명 정도로 늘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남아있던 수주 물량을 만들기 위해 고용이 늘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수주 희망이라도 있는 선박과 달리 해양플랜트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절망적이다. 해양플랜트는 2014년 11월을 마지막으로 세계 시장에서 발주가 중단된 상태다.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인기가 사라진 탓이다. 올해 현대중공업은 17기 중 9기, 대우조선해양은 17기 중 8기, 삼성중공업은 24기 중 5기를 선주에게 인도할 계획이다. 작은 규모의 해양플랜트는 협력사 직원이 500~600명 정도지만, 큰 규모는 2000~3000명까지 투입된다.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더 이상 일감을 얻기 힘든 인력들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략 2~3만명의 하청업체 직원들이 울산과 거제에서 실직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건설 현장에서도 쓸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야 다른데서 일거리를 찾으면 되지만 조선업에 특화된 기술자들은 오갈 곳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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