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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의 '장애'①]비장애인처럼 살고 싶었던 시각장애인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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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굴하지 않고 60대 안마사로 새로운 삶 시작
청각장애 딛고 스타벅스코리아 최초 부지점장까지 올라


시각장애인 안마사 박주용(64·가명) 씨가 지난달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노들장애인자립센터에서 안마를 해주고 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박주용(64·가명) 씨가 지난달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노들장애인자립센터에서 안마를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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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 수습기자] "장애에 굴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죠."
1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한안마사협회에서 만난 박주용씨(64·가명)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로서 60대에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경우다.

박씨는 지난 2월부터 서울 종로구에서 운영하는 효사랑 안마사업의 안마사로 일하고 있다. 주5일 하루 4시간씩 지역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 안마를 하고 있다. 눈이 잘 보이진 않지만 비장애인들보다 청각, 촉각이 예민해 손기술이 좋다. 특히 젊은 안마사들보다 아픈 부위를 더 잘아 어르신들께 인기다. 그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일 한다"며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군 복무 중 왼쪽 눈을 다쳐 21살에 시각장애인 6급을 받은 그는 근 40년 동안 장애를 숨기고 살았다. 갑자기 찾아온 장애는 좋아하던 탁구와 정구를 그만두게 만들었다. 이후 7~8년은 우울증으로 고생했다. 안마사로 일하기 전까진 축산업, 호텔업 등에 종사하며 비장애인처럼 보이기 위해 애썼다. 그러던 그가 2년 전 친구의 권유로 대한안마사협회에서 주관하는 안마수련원에 입학했다. 2년간 교육을 받으며 장애를 부정하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제 스스로도 안마하면 퇴폐업소를 떠올릴 만큼 시각장애인 안마사임을 떳떳이 밝히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젠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의료인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박씨는 세종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안마 일을 계속 하며 안마를 병행한 복지사업을 하는 게 최종 꿈이라며 밝은 얼굴로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최초로 청각장애인 부점장이 된 권순미 씨가 활짝 웃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최초로 청각장애인 부점장이 된 권순미 씨가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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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코리아 최초로 청각장애인 부지점장(올림픽공원남문점)이 된 권순미(37·여)씨는 오늘도 큰소리로 말한다.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

2살 때 앓은 열병으로 청신경을 상실한 권씨는 2급 중증 청각장애인이다. 권씨는 "입사를 하고 나서 인사말을 건넬 때 조금이라도 더 밝은 목소리를 내려고 하루에 수백번 소리 내 연습했었다"며 "어떻게 보면 일반인에겐 사소한 일 하나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에겐 연습을 하고 극복을 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 입사 초기 고객의 입모양을 보면서 포스(POS)화면을 번갈아 주시하다가 고객의 추가 주문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지금은 그때 실수를 만회하고자 더 집중하다보니 고객과 눈을 더 오래 맞추게 됐고 단골 고객들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권씨는 장애를 장점으로 극복하고 더 좋은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권씨가 만든 라떼는 부드럽다고 소문이 날 정도다. 라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우유 스팀은 비장애인의 경우 소리로 이를 조절하는데 청각장애인들은 미세한 진동으로 느껴지는 촉각에 의지한다. 권씨는 섬세한 그만의 감각으로 맛있는 라떼를 만든다.

권씨는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도 했다. 권씨는 "첫 근무지가 올림픽공원 안에 있었는데 인근에 근무하던 분이 가끔 매장에 커피를 마시러 왔다"며 "어느 날 화이트데이 때 매장으로 장미꽃 100송이가 배달돼 왔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였다"고 했다. 그는 "전혀 커피를 못 마시는 남자였다"면서 "지금 가장 날 많이 응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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