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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살인 가습기' 철저히 수사하고 보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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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소 140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서 오늘부터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시작으로 관련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인다. 검찰의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가습기 제조ㆍ유통업체 중 하나인 롯데마트는 공식 사과하고 보상안을 발표했다. 홈플러스도 보상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너무도 뒤늦은 수사고, 뒤늦은 사과다. 이 사건의 경과 과정을 돌아보면 업체와 정부, 수사기관의 안이한 대응과 책임 회피, 소극적 태도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2중, 3중의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영국계 기업 옥시의 경우 문제가 된 PHMG 인산염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2001년부터 제조ㆍ판매했다. 이 가습기가 11년간 453만개나 팔려나가는 동안 피해자들은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다. 옥시의 가습기를 비롯해 정부 피해조사에서 확인된 14개 제품으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140명, 폐 질환 등을 앓는 피해자는 530명이다.
이렇게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논란이 커졌지만 정부의 대응은 매우 안이했다. 판매중단 조치는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놓은 뒤에야 이뤄졌다. 업체들의 위법 여부에 대한 조사나 피해구제에 대한 조치도 거의 없었다.

정부가 이렇게 원인규명과 피해구제에 미온적인 틈을 타서 관련 업체들은 증거를 없애고 관련 자료를 은폐ㆍ조작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옥시는 '제품과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실험결과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수사기관도 매우 소극적이었다. 2012년 피해자들이 고소했지만 검찰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분류해 검사 단 한 명에게 사건을 배당했다. 그마저도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수사를 중단했다가 올 1월에야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가습기 제조판매 업체들은 사과하고 수습하는 노력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1인 시위를 몇 년째 해도 전혀 돌아보지 않는 등 대화를 기피했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모든 의혹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마땅하다. 또 피해자들의 주장대로 검찰 내에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해 미확인 피해자를 더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관련업체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최대한 성의 있는 피해보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 진심 어린 사과ㆍ보상만이 억울한 피해자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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