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여야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명쾌한 국정 운영 방향도, 미래를 향한 비전도 잡히는 게 없다. 그동안 막장공천과 흑색선전, 포퓰리즘 공약 등의 온갖 구태를 보였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정당이 없다거나, 투표를 꼭 해야 하느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더라도 정치구태를 몰아내고 19대보다 나은 20대 국회를 만드는 길은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길뿐임을 유권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야가 내건 선거구호에서도 새로운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야당심판론'을, 야당은 '여당 경제심판론'을, 그리고 국민의당은 '양당 심판론'을 내세웠다. 지역일꾼을 뽑는 총선이라지만 이 나라가 안고 있는 과제 및 쟁점과 해법, 후보자 능력 등으로 승부하기보다 선심성 공약과 비방에 힘을 쏟았다.
중앙당 차원에서 공약을 쏟아냈으나 대부분 재원마련 대책이 없는 공허한 내용이었다. 극심한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 산업구조조정 등 직면한 현안에 해법은 없었다. 정당 간 경제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나 논쟁도 없었고 북한 핵과 미사일 협박 역시 쟁점이 되지 못했다. 해저터널 건설, 무상교육, 등록금인하, 최저임금 인상 등 표를 겨냥한 공약을 놓고 경쟁하듯 선심성 약속을 내놨을 뿐이다.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절박한데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울산에서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을 막겠다"고 발언한 것은 그런 사례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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