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의 처음은 어색했다. 선거 운동 시작일이었던 지난달 31일, 김 대표는 정장 바지에 검정 구두를 신고 당시 정세균 후보(서울 종로) 지원에 나섰다. 첫 지원 유세라 언론의 관심은 집중됐지만, 김 대표의 거리유세는 채 10분이 되지 않았다. 시민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지만 그의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김 대표의 유세는 진화했다. 복장도, 행동도 변했다. 김제전통시장에선 곶감과 생율을 구입하며 "잔돈은 안 받아야지"라는 농담을 먼저 건내는가 하면, 광주 첫 주말 집중유세에선 더민주의 로고송인 '더더더'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유세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김 대표의 정장 바지는 청바지와 면바지로, 검정 구두는 회색 로퍼로 바뀌었다.
다소 멋쩍어 하던 김 대표는 점차 망가지기도 서슴지 않아했다. 지난 3일 당시 진성준 후보(서울 강서을) 지원유세에선 투표를 독려하며 파란 가발을 썼고, 지난 8일 당시 박주민 후보(서울 은평갑) 지원유세선 2번이 달린 머리띠를 직접 착용했다. 77세 노인이자 한국의 원로 경제학자인 김 대표에게서 그동안은 볼 수 없던 '깜짝 놀랄 만한' 이색 행보였다.
점차 유세 현장 곳곳에서도 열성 지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중년 여성이 김 대표의 팬이라며 박카스를 건냈다. 또 다른 남성은 "경제를 살려달라"며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김 대표는 유세 막바지에 이르며 후두염 진단을 받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강행군을 지속했다. 그렇게 선거는 치러졌고, 더민주는 123석을 얻어 원내 1당으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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