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서머스, 여자는 수학 못한다고? … 그럼 이분은 뭐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그때그사람-81년전 오늘 돌아간 수학자 에미 뇌터,아인슈타인이 극찬했는데

로런스 서머스

로런스 서머스

원본보기 아이콘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하버드대 총장을 하던 2005년 "여자는 선천적으로 남자보다 수학과 과학을 못한다"고 말했다. 이 차별적 발언은 거센 반발을 가져왔고 서머스는 결국 하버드대 총장 연임에 실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머스가 이 망언을 하기 70년 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한 여성에 대해 "창조성이 풍부한 수학의 천재"라고 했다. 서머스가 여자가 수학을 못한다고 얘기한 근거 중 하나는 수학자 중 여성이 드물다는 것이었는데 그는 아마도 아인슈타인이 극찬했던 이 사람의 존재를 간과했던 모양이다.

14일은 여성 수학자 에미 뇌터가 세상을 떠난 지 81년이 되는 날이다. 1935년 4월 14일 뇌터가 사망하자 아인슈타인은 뉴욕타임스에 추도문을 기고해 "여성의 고등교육이 시작된 이래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이며 창조성이 풍부한 수학의 천재였다"고 썼다. 그러면서 "진정한 예술가, 연구가, 그리고 사상가들은 주목을 받지 못해도 자기 인생의 길을 걸었다. 그들의 노력의 열매는 한 세대가 후대에 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공적"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의 저명한 수학자 막스 뇌터의 딸인 에미 뇌터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에미 뇌터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당시에도 아버지보다 뛰어난 수학자로 평가받았다. 남동생인 프리츠 뇌터도 이름을 남긴 수학자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누나가 더 뛰어나다는 데 동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를 잘 설명하는 일화가 있다. 독일의 수학자였던 에드문트 란다우는 뇌터에 대해 "유명 수학자 막스 뇌터의 딸"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에게 "막스 뇌터가 에미 뇌터의 아버지"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에미 뇌터를 "누구의 딸"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뇌터가 수학자로 성장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대학 등록조차 어려웠다. 뇌터는 에를랑겐-뉘른베르크 대학교에서 학생으로 등록도 하지 못하고 청강으로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여성 등록이 허용되자 수학과 학생으로 등록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다음에는 괴팅겐 대학에서 강의를 했는데 현대 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다비트 힐베르트 등과 함께 일했다. 그런데 괴팅겐 대학도 처음에는 여성인 뇌터가 강의를 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힐베르트는 편법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강의를 뇌터에게 맡겨야 했다.

강의를 해도 뇌터는 교수로 임용되지 못했다. 교수 임용은 대학 평의원회에서의 투표권을 부여받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뇌터의 임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힐베르트는 이들에게 "교수 후보자의 성별이 자격을 허가하는데 상관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 평의원회는 목욕탕이 아니다"고 일갈했고 그제야 뇌터는 교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뇌터는 나치의 집권 이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강의를 할 수 없게 됐고 결국 미국으로 망명을 선택했다. 미국에서는 브린 마르 대학에서 강의를 한 뇌터는 수학 연구에만 몰두해 평생을 미혼으로 살았다. 그는 대칭성과 보존 법칙 사이의 1대 1 대응관계를 나타내는 '뇌터 정리' 등을 남겼으며 이는 이론 물리학 중요 업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여성수학협회는 그를 기리기 위해 매년 수학계에 뛰어난 공헌을 한 여성 수학자를 초청해 '에미 뇌터 강좌'라는 대중 강연을 열고 있다.

다시 서머스의 얘기로 돌아오면 아인슈타인도, 힐베르트도 동의하지 않았던 "여자는 수학을 못 한다"는 말은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유력했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자리도 여성인 재닛 옐런에게 넘겨야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송파구 송파(석촌)호수 벚꽃축제 27일 개막

    #포토PICK

  •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공개…초대형 SUV 시장 공략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 용어]건강 우려설 교황, '성지주일' 강론 생략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