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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검찰의 '워런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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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은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라’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가치 투자’로 알려진 투자 기법이다. 가치 투자가 쉬워 보이지만 쉽지가 않다. 우선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주식의 실제 가치가 얼마인지, 지금 가격이 저평가돼 있는 지 고평가돼 있는 지를 판단하는 건 전문 투자자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일단 그런 주식을 찾아서 매입하더라도 오래 보유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조금만 떨어지면 쪽박 찰것 같아서 서둘러 팔았다가 땅을 치고, 조금 오르면 상투인 것 같아 차익 실현의 유혹에 시달린다. 가격 변동에 초연한 사람도 전세금이 오르거나, 집을 사거나 넓혀갈 때는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쳐다보게 된다.
이렇게 쉽지 않은 가치 투자로 대박을 낸 사람이 여의도 증권가가 아니라 뜻밖에 검찰에 있다. 25일 발표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서 ‘검찰의 워런 버핏’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다.

그는 게임업체 넥슨이 상장되기 전인 2005년 액면가 500원인 주식에 투자했다. 검사장으로 승진한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넥슨 주식 80만1500주를 모두 팔았다. 매각 가격은 126억461만 원으로 2014년 재산 공개 때 보다 38억원 늘어났다. 매각 주식을 모두 액면가에 샀다면 4억여원을 투자해 120억원을 번 셈이고, 액면가의 10배를 주고 샀다고 해도 10년 만에 80억 원 이상 남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의 투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워런 버핏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투자한 2005년은 넥슨이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의 히트작을 앞세워 매출액(2117억원)이 전년에 비해 2배로 늘어난 때다. 이 회사 주식은 이후 일본 증시에 상장됐고, 매출은 지난해 1조8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진 검사장은 넥슨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는 시점, 즉 로켓이 출발하기 직전에 탑승한 것이다. 웬만한 고수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 놀라운 건 보통 사람들은 사기가 힘든 비상장 주식을 80만 주나 샀다는 점이다. 2005년은 넥슨이 상장되기 전이어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다. 증권금융 포털 사이트인 ‘팍스넷’ 게시판에 2005년 무렵 올라온 글을 보면 넥슨 주식을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글이 여럿 있다.

투자 기법만 놓고 보면 워런 버핏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 내역과 왜 그 주식에 투자했는지 상세하게 공개하지만 진 검사장은 그렇지 않다. 그가 넥슨 주식을 얼마에 샀는지, 비상장 주식을 어떻게 샀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대 동기로 절친한 관계인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권유로 투자했다고만 밝힐 뿐이다.

말 못 할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설명을 했으면 한다. 일각에서는 주가 조작 사범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부장검사와 수상한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는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근무 경력 등을 거론하면서 의혹을 제기하지만 내가 궁금한 건 그래서가 아니다. 워런 버핏을 능가하는 투자 안목을 개미들한테도 좀 알려달라는 것이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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