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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수술, 법원 “여성의 자기결정권 가볍게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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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세상의 빛 한줄기도 보지 못한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실제 태아를 출산하고 양육해야 하는 산모의 ‘자기결정권’ 중 우선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양쪽 모두의 가치가 다르고 또 각각에 다른 무게 추가 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어느 한쪽에 무게를 더해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미혼모들의 낙태를 도운 60대 산부인과 의사가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재판부는 선고유예를 내리게 된 배경(양형이유)에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포함시켰다.
이면에는 낙태행위가 형법상 불법행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암암리에 계속되고 있는 점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이 행위가 묵시적으로나마 용인되는 분위기인 점 등이 형량을 정하는 데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지법 제2형사부(이태영 재판장)는 업무상 촉탁 낙태 혐의로 기소된 A씨(64)에게 원심판결 파기 및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3년 말~이듬해 말 대전 유성구 소재의 한 산부인과에서 총 32회에 걸쳐 낙태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낙태수술 대부분이 미혼모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점 등을 양형이유로 감안해 형을 정했다.

하지만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심을 제기했고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는 A씨의 항소이유를 일부 인용해 원심을 파기,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행에 대해 법원이 일정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피고인 당사자가 특이사항 없이 그 기간을 넘길 때 형의 선고를 면제하는 제도다.

항소심 재판부는 “낙태행위를 금지하는 형법상 규범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죄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여성의 낙태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볍게 볼 수 없고 임산부가 의뢰해 낙태가 이뤄진 점과 이들 대부분이 약물복용 또는 혼외임신 등을 (낙태) 이유로 들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앞서 대전지법은 지난 2013년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 대해서도 선고유예 등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낙태가 묵시적으로나마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상 낙태를 주도한 ‘의사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속사정을 비치기도 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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