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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이발사’ 이형복씨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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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넷째 평창동 경로당 2곳에서 무료 이발 봉사...세검정성당, 수방사에서도 이발 봉사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둘째·넷째 수요일 오후 2~5시 종로구 평창동 경로당은 이발을 하려는 어르신들이 줄을 선다.

다름 아닌 이 시간에 동네 주민인 이형복씨(67)가 무료로 이발봉사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발을 해드리면 어르신들이 5~6번 정도 고맙다고 인사하고 갑니다. 너무 행복합니다”고 말한다.

이씨는 남을 위해 봉사하면서 생활하면서 얻은 ‘인생2막의 행복감’을 이같이 전했다.

경로당 어르신들로서는 이발을 하는 것도 솔직히 부담이 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무료로 이발을 해주니 이씨는 이들 어르신들에게는 천사나 다름 없는 고마운 이발사인 셈이다.

최근 이씨에게 이발을 받은 이춘산 어르신은 “이발도 부담돼 제때 머리를 다듬지 못했는데 가까운 경로당에 마음 놓고 이발을 맡길 수 있는 훌륭한 이발사가 찾아와서 너무 고맙다”며 “좋은 친구가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형복씨가 어르신 이발을 하고 있다.

이형복씨가 어르신 이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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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원래 이발사는 아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 공군 대위를 마치고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코오롱건설에서 직장생활을 마쳤다.

이런 이씨가 이발사로 전직한 것은 다음 아닌 봉사 활동때문.

세검정성당에 오래 다니는 이씨는 성가병원에서 청소 봉사와 유용미생물(em) 제조 봉사 등을 해왔다.

그러던 중 성당에서 노숙인 및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위한 미용봉사를 해볼까 하고 의사를 전달했더니 이발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발 봉사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특히 평생 자신의 이발을 스스로 해온 이씨로서는 이발 자격을 따기로 마음 먹었다.

이씨는 “30년 넘게 자신은 칼빚으로 앞머리 뿐 아니라 뒷머리까지 깎아 왔다”며 “세검정성당에서 노숙인과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미용 봉사를 해보겠다고 했더니 미용자격증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7~11월까지 5개월간 중림동 쎄아떼미용학원에 등록해 공부를 해 필기시험과 실기고사를 치러 자격증을 땄다.

이발 자격증을 딴 이씨는 지난해 12월부터 평창동주민센터를 찾아가 경로당에서 무료 이발봉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후 이씨는 둘째·넷째 수요일 오후 2~5시 ‘사랑을 나누는 행복 이발소’를 운영한다.

20분 정도 한 분씨 머리를 깎아줄 수 있어 10여분의 머리를 손질해주면 한 주가 다 가는 기분이란다.

이와 함께 이씨는 세검정성당에서 한 달에 한 번 미용봉사를 한다. 또 수방사에서도 군인들을 대상으로 미발봉사를 무료로 하고 있다.

이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미용봉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남규 평창동장은 “이 선생님은 본인도 나이가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너무 고맙고 존경스럽다”며 “두 곳의 경로당 뿐 아니라 봄이 되면 공공근로 어르신들에 대한 월 1~2회 무료 이발 봉사를 하시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종로구는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효행본부가 있어 ‘찾아가는 미용봉사’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씨가 이런 취지에 맞게 이발 봉사를 해주어 고맙다”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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