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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독일 하르츠개혁의 핵심은 노동유연화 아닌 '고용서비스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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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독일 하르츠개혁의 핵심은 노동유연화 아닌 '고용서비스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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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다들 노동유연화만 이야기하는데 대표적 노동개혁으로 꼽히는 독일 하르츠개혁의 핵심은 '고용서비스 혁신'이다. 사회적 인프라와 안전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일자리가 생긴다."

유길상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은 지난달 서울스마트워크센터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고용서비스 인프라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취약하고 근로자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라며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를 구축해 취약계층에 대해 선제적, 예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50대 장년층이 대거 일자리 시장에서 퇴출됐던 사례를 꼽으며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직장을 잃으면 질 낮은 일자리로 갈 수 밖에 없고 이는 빈곤문제로까지 이어진다"며 직업훈련, 재취업지원 등 고용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최근 심각한 청년실업문제와 관련해서도 "공급과 수요 측면 외에, 고용서비스측면에서도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며 "학창시절부터 올바른 진로설계와 직업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취업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도와야한다. 선진국은 교육의 핵심이 직업교육"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개원 10주년을 맞은 고용정보원은 취업정보사이트인 워크넷 등을 통한 취업지원, 정보제공과 실업급여 등 고용안정지원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정책의 기본 자료를 만들고 학교나 기관에서 활용되는 직업 및 진로지도 자료를 만드는 것도 정보원의 역할이다.
특히 유 원장은 고용서비스에 있어서도 선제적인 예방대책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교육도 받지 않는 니트(NEET)족, 저성과자 등 고용취약계층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어린 시절부터 직업훈련과 지원을 강화하고, 취업 후 평생능력개발도 지속적으로 도와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복지선진국의 경우,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태어나기 전부터 선천적 장애 등을 인지해 조기치료를 하고 결손가정 등에 대해서도 예방적 투자를 한다"며 "노동시장에서도 이 같은 예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냥 방치하면 노동시장에 나올 때 취업애로계층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사회병리현상만 해결해도 일자리를 10만개 이상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직활동조차 포기한 니트족 등에 대해서는 획일화된 서비스가 아닌, '맞춤형 패키지' 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유 원장은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히지 않는 구직포기자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만드는 것도 성과"라며 "정부가 지원대책을 만든 후 여기에 맞는 사람들을 끼워 맞춰 모집하는 게 아니라, 애로계층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맞춤형 플랜을 짜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맞춤형 고용복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전문가 양성"이라며 "전문가 없이 하려니 현장에선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결국 인원맞추기식으로 가는 것"이라고 쓴 소리도 덧붙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대비 공공고용서비스 종사 직원수는 선진국의 20분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구직자 등 국민들을 직접 대면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용센터 직원 수만 살펴봐도 독일은 10만명, 프랑스는 5만3000명, 일본은 2만8000명이지만 우리나라는 5000명에 그쳤다. 인구 수 대비로 따져도 열악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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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유 원장은 "직업훈련 등에도 영세업체만 참여하다보니 질이 낮다"며 민간고용서비스 시장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서비스의 질이 낮다보니 기간제 채용과 해고가 반복돼 고용의 질도 떨어지는 것"이라며 "민간위탁공공서비스부터 양질의 시장을 만들어야 하고, 워크넷 등처럼 수출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정보사이트인 워크넷은 하루 방문자가 100만명을 웃돈다. 미주개발은행이 15억원의 협력자금을 투자해 중남미 10개 국가를 대상으로 개발 컨설팅을 요청하는 등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노동경제학 박사인 유 원장은 올해 고용시장에 대해서는 "몇년간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동은 파생수요이기 때문에 글로벌 환경과 기술변화, 경제 각 분야를 함께 봐야한다"며 "최대 강점이었던 제조업의 글로벌 환경이 더 어려워지고 있어 서비스업 경쟁력 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고용정책은 경제활성화정책과 서비스업 활성화에서 찾아야한다는 설명으로 읽힌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고질적 문제로는 "전반적으로 고용창출이 부진하다는 것과 함께 청년실업, 청년니트문제, 고용불안이 문제"라고 꼽았다. 지난해 공식 청년실업률은 9.2%, 청년실업자는 39만7000명으로 집계됐지만, 실업자와 잠재구직자 등을 더한 청년층 취업애로계층은 116만명 상당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지부진한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표했다. 유 원장은 "취업만으로 끝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문제는 취업 이후 정년까지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평생 직업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을 빨리 하고 오래 일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노동개혁의 큰 방향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성과자 퇴출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고성과자가 되기 위해 노사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의논해야할 시점"이라며 "생산적 논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담=박성호 정치경제부장
정리=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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