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나 추석 앞에 '흥겨운'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 설은 특히 마음을 무겁게 한다. 무엇보다 경제사정이 새해 들어 한층 더 불안해지고 있다.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정담과 덕담을 나누다가도 결국엔 취업과 육아의 어려움, 조기퇴직, 노후생활의 불안과 실의로 한숨을 내쉬게 되는 풍경들이 그려진다.
설 명절에 모두가 매운바람에 입은 상처와 고달픔을 씻고 조금이라도 기운을 얻기 바란다. 고단한 현실이지만 가족들의 정에서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얻기 바란다. 나아가 내 가족을 넘어선 '더 큰 가족',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서도 되새겨봤으면 한다. 명절은 공동체의 축제다. 내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른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다른 가족의 어려움을 내 가족의 어려움으로 여기는, 그렇게 '더불어 숲을 이루는' 것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보기 바란다.
명절에 이 같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현실과 숙제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성찰하고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이들이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다. 4월 총선거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맞는 올해 설엔 여느 해보다 정치권의 민심잡기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제3당의 출현에 대한 여론의 반응에서 볼 수 있듯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와 갈증을 밑바닥 민심을 통해 제대로 보고 듣기 바란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설 연휴를 일부 반납하고 수출과 생산 현장을 찾아 애로 사항을 들어볼 예정이라고 한다. 의례적인 방문이 아니라 비상한 각오를 다지는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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