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트렌드는 윤리적 기업·착한 기업인데
2. '친환경 클린디젤'이라는 말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폭스바겐의 일부 디젤 엔진은 인증 조건의 4배 이상,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기준보다 최대 30배 이상의 배출 가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폭스바겐이 사기를 쳤다"고 비난했지만 정작 폭스바겐은 월간 기준으로 한국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무이자 할부' 공세에 '환경 스캔들'은 감쪽같이 뒤덮였다.
폭스바겐 디젤 사태는 이같은 소비의 복합성을 증명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90%는 이번 폭스바겐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중 77%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미할 것을 보는 이유에 대해 66%는 '기업 도덕성에 대한 무관심'을 꼽았다. 폭스바겐 사태에 대해 머리와 가슴이 따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폭스바겐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디젤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판매량은 전달대비 46% 줄었지만 다음달인 11월에는 자체 최다 월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체 수입차 중에서도 가장 많은 판매량으로 60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앞세운 덕분이다.
할인폭이 줄어든 12월에는 판매량이 줄었지만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환경부가 폭스바겐 디젤차 6개 차종에서 배출가스 눈속임 장치를 확인하고 리콜 명령과 함께 14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파격 세일 전략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내 폭스바겐 판매고는 전년보다 25%나 감소했다. 배출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을 미국 소비자는 외면했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다르게 반응한 셈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